▷16일 대한불교조계종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 임시회는 은처자(隱妻子·숨겨 놓은 처와 자식) 논란에 휩싸여 사퇴 압력을 받아온 설정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종단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지켜본 중앙종회에서는 여러 차례 의사진행 발언과 입장문 낭독을 통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고함과 야유가 쏟아졌다. 본인들도 민망했는지 회의는 40여 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아수라장의 이면에는 이판사판의 잘못된 만남이 있다. 자승 전 원장은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최고의 사판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33, 34대 총무원장으로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고 4개의 종책(계파)을 묶어 종회 내 거대 여당의 산파가 됐다. 오죽하면 “반대편에 서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설정 원장은 덕숭총림(수덕사)의 가장 큰 어른인 방장(方丈) 출신으로 대표적인 이판으로 꼽혔다. 사판 세계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선승 이미지에 덕망이 높아 유력한 차기 종정 후보였다.
김갑식 문화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