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가족 89명 2박3일간 北으로… 선물보따리 안고 19일 속초에 모여
19일 오후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 금강산에서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루 앞두고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로비에 들어선 백성규 할아버지(101)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미소 지었다. 북측에 있는 며느리와 손녀를 만날 예정인 그는 이번 상봉 행사에 나서는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 신발 30켤레에 치약과 칫솔, ‘스뎅수저(스테인리스 수저)’도 20벌 준비했다. “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고 했다.
20일부터 진행되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가족은 모두 89명. 동반가족과 지원 인력 등 모두 560여 명이 이날 강원 속초에 모였다. 접수 절차와 방북 교육 등을 마무리한 뒤 20일 오전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이동해 금강산 온정각에서 꿈에서도 그리던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되는 것은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가족들과 헤어진 시기는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을 기준으로 보면 65년 만의 재회가 된다.
수속을 마치고 명찰을 받아 든 이산가족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흥분이 가득했다. 선물 보따리를 7개나 준비해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피란길에 생이별한 북측 아들에게 줄 영양제와 점퍼를 샀다는 이금섬 할머니(92)는 “아들을 만나면 누구랑 (어떻게) 컸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20∼22일 남측 이산가족들이 북측 가족과 만나는 1차 상봉행사가 끝나면 이어 24∼26일에는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들과 만나는 2차 상봉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속초=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