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하지만 뉴턴은 자신의 물리이론으로 인간을 설명하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론이었음에도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리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른다. 갈릴레오는 낙하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보다 낙하하는 물체가 1초 후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갈릴레오는 낙하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과학이론은 그 이론이 적용되는 가정과 범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론의 한계를 벗어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해야 한다. 과학자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다는 것은 그것을 입증할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증거에 오류가 있거나 반대증거가 나타나면 그것은 이제 틀릴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이 과학적이길 원하는 사람은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과학은 무엇을 아는 지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과학은 무지의 학문이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