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 8대 주력 산업중 디스플레이-조선-기계 中에 추월당해 양질의 일자리 만들 버팀목… 경쟁력 유지할 대책 시급
‘삼삼은구’(3×3=9·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술자들에게 기존에 받던 연봉의 3배를 주면서 3년 동안 계약한다는 의미) 법칙은 이미 이 바닥에서 사라진 지 오래. 중국 업체가 제시한 연봉은 기존의 1.5배 수준이었다. 좀 더 알아보니 이마저도 지인 소개 없이는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미 중국으로 옮긴 한국인 엔지니어가 많아서다. A 씨는 “이직한 중국 회사에 전직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가 너무 많아 회사를 옮긴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 수출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미 밀렸거나 추월 직전에 놓였다는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종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확실한 공통점은 중국에 빠른 속도로 쫓기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8대 주력 산업 중 ‘아직 5년 이상 기술 격차 여유가 남아 있다’고 응답한 업종은 석유화학 1개뿐이었다. 디스플레이와 조선, 기계는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다’고 했고 휴대전화는 ‘추월 직전에 놓여 있다’고 응답했다. 자동차와 철강은 2∼3년, 반도체는 3∼4년의 여유가 남아 있다고 했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중국은 과거 한국의 경제발전 전략을 빠르게 학습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한국 제조업은 2∼3년 이내에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19일 이 문제를 기획기사로 다루며 “한때 경제 발전의 모델이었던 나라가 지금은 중국과의 경쟁이 장기 침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골든타임’이 남아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중국에 더 이상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호소가 현장에서 나온다. 지금은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는 한중 간 기술력 차이가 아직은 크다는 걸 실감 중”이라고 했다. 반도체 기술이 워낙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데다 공정만 500개가 넘다 보니 중국에선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며, 중국과의 기술 초격차를 벌릴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