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평균 6년 투병… 3228만원 들어”
○ 부모 병원비에 허리 휘는 자녀 세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부모의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를 걱정하는 자녀 세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부모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자녀 중 82%는 가계 소득이 줄어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처분해 병원비 등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녀 세대의 노후 준비 부족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고령자 의료소비 실태’ 보고서를 20일 내놓았다. 이는 6월 5∼11일 최근 5년 내 65세 이상 부모의 의료비와 간병비로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성인 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들이 밝힌 평균 의료비는 3228만 원, 부모의 평균 투병 기간은 약 6년이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부모들은 의료비의 47%를 자녀에게 지원받았다. 보험금으로 비용을 충당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보험을 제외한 금융자산(11%)과 배우자 소득(9%)으로 의료비를 댔다는 답이 뒤를 이었고, 부동산을 처분해 병원비를 마련했다는 응답도 8%에 이르렀다.
부모의 의료비 부담은 자녀들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생활비를 줄여서 부모 의료비를 마련했다는 응답자는 각각 60%(복수 응답)에 달했다. 19%는 빚을 내기까지 했다.
○ “의료비 부담 대물림하지 않을 것”
하지만 응답자들은 부모 의료비를 대는 부담을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82%는 ‘나의 노후 의료비를 자녀가 부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출산율 저하로 자녀 한두 명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 중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48%에 불과해 노년기의 경제적 어려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는 이 같은 노후 의료비 부담 때문에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의 ‘은퇴준비지수 2018’ 조사에 따르면 25∼74세 비은퇴자의 68%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꼴로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