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 논의]시나리오별 정당 의석수 변화 분석
○ 민주당·한국당 선거제도 바꾸면 의석수 손해
한국당도 당내 전략통을 총동원해 제도 개편 방안별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고심 중이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은 한국당에는 분권형 개헌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성격이어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동안 나온 선거제도 개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법 개정 논의에 미온적인 이유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새 선거제도에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대입하면 각 정당의 의석수는 민주당 123→110, 한국당(새누리당) 122→105, 국민의당 38→83, 정의당 6→23석으로 크게 바뀐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주장대로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도입할 경우 민주당 77, 한국당 101, 국민의당 81, 정의당 22석으로 의석수가 요동쳐 민주당은 원내 제3정당으로 내려앉는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때에 비해 어느 쪽이든 민주당과 한국당은 손해를 보게 돼 있다.
○ “정치 후진성 깨려면 선거제도 개편 불가피”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에 정당득표율만큼의 의석수를 보장해 민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A정당이 총선에서 3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총 300석 가운데 30%인 90석을 확보하게 된다. 지역구 의원이 80명만 당선됐을 경우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식이다. 또 다른 대안인 중선거구제는 기존 소선거구제 여러 개를 합쳐 하나의 큰 선거구로 묶고 의원 2∼5명을 뽑는 방식이다. 군소정당에 국회 진출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중선거구제를 지지하고 있다.
○ 대표성 강화 위해 의원수 늘리려면 국민 설득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론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수 이상의 당선자를 냈을 경우 전체 의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구 의원을 줄일 수는 없으니 370명 정도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맞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개헌·정개특위에서 활동했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면 의원 정수 증가를 최소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올 2월 내놓은 선거제도 개편 시뮬레이션 결과도 하 의원의 주장과 부합한다. 20대 총선 결과에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도입하면 의원 정수는 292명으로 현행 300명보다 8명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