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젊은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1918∼1988). 그는 매일 저녁 스파게티면의 한 가닥을 구부려 부러뜨리며 왜 정확히 2개로 안 나눠지는지 의아해했다. 유별난 성격이었던 파인먼은 심지어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면 가닥을 서서히 부러뜨려 보라고 권유했다. 그 결과 파인먼의 주방과 식탁엔 스파게티면 파편들이 즐비했다. 파인먼은 죽을 때까지 그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했다.
수십 년이 흐른 2006년, 이그노벨상의 물리학 부문을 수상한 프랑스의 두 과학자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소개했다. 이그노벨상은 엉뚱한 연구로 세상을 놀라게 한 과학자나 일반인들에게 수여되는 노벨상 리그 밖의 잔치이다. 마른 스파게티면의 한 가닥 한쪽 끝을 고정시키고 반대쪽에서 서서히 구부리며 특정 지점에서 면 가닥을 놓아 부러뜨렸다. 그 결과 스파게티면의 가닥은 대부분 2개 이상으로 부러졌다.
첫 번째 부서짐에 따라 2개로 나뉜 스파게티면 가닥 양쪽에서 굽힘파가 흘러간다. 이를 ‘스냅 백’ 효과로 부른다. ‘스냅 백’ 효과는 구부러진 면의 가닥에서 굽힘파가 진동하면서 전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파게티면 가닥은 도미노처럼 잘게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부서지기 쉬운 교량의 폭, 인간의 뼈 등이 왜 2개 이상으로 부서지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확히 2개로 부러지도록 구부릴 수 있을까?
다시 12년이 흐른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스파게티면 가닥을 정확히 2개로 부러뜨리는 방법을 발표했다. 그 방법은 바로 강한 ‘뒤틀림(twist)’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면 가닥을 엄청 세게 뒤틀어 구부려 놓으면 정확히 2개로 부러뜨릴 수 있다. 배배 꼬인 스파게티면 가닥은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정확히 2개로 나뉘었다. 실험에 쓰인 면은 2종류로 가닥 단면이 원통형(실린더)으로 생긴 것이다.
연구진이 만든 장치는 우선 양쪽에서 스파게티면의 가닥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한쪽에선 마른 면 가닥을 다양한 정도의 힘으로 회전하며 뒤트는 실험을 수백 번 진행했다. 다른 쪽에선 뒤틀고 있는 쪽으로 미끄러지듯이 다가가 구부렸다. 초당 100만 프레임으로 촬영한 끝에, 거의 360도로 뒤튼 스파게티면 가닥은 양쪽 가닥에서 점차 구부러지기 시작해 2개로 토막이 났다.
MIT 연구진은 2006년 이그노벨상을 탄 과학자들이 착안해 놓은 수학적 모델링을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25.4cm 길이의 스파게티면 가닥을 270도로 뒤틀고, 초당 3mm 속력으로 양쪽을 구부렸을 때 두 동강이 났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뒤틀림 때문에 ‘스냅 백’ 효과가 약해졌다. 면 가닥은 애초에 구부러졌던 반대 방향으로 튀어 올랐다. 둘째, ‘뒤틀림 백’ 효과 때문이다. 면 가닥은 뒤틀린 방향과 본질적으로 다른 반대 방향으로 코르크 마개의 나선형처럼 앞뒤로 움직이며 풀렸다. 즉, 뒤틀림파가 발생하며 면 가닥의 에너지를 방출했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없앴다.
뒤틀리고 꼬인 것들이 때론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스파게티면발을 젓가락이 아니라 포크로 비비 꼬며 맛있게 먹는 이유도 아마 좀 더 부드럽고 여유롭기 위함이 아닐까. 오늘 저녁엔 면발이 지닌 힘의 세계를 상상하며 스파게티를 준비해야겠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