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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로 돌아온 ‘호러 애니’ 그새 아이들도 훌쩍 컸다

입력 | 2018-08-21 03:00:00

웹드라마 ‘기억, 하리’ 박용진 PD




투니버스 웹드라마 ‘기억, 하리’는 귀신이 출몰하는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린다. 박용진 PD는 “어린이들도 보는 만큼 공포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잔인한 연출은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무섭지만 초등학생이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정도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학부모들의 거부감도 줄였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투니버스의 호러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시리즈 얘기다. 올해 상반기에 종영한 ‘신비아파트 시즌2’는 4∼13세 어린이 평균 시청점유율 54%를 기록했다. 해당 시간대에 TV를 본 어린이 두 명 중 한 명꼴로 ‘신비아파트’를 시청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극장판 ‘신비아파트: 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 역시 67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고, 일간 박스오피스 4위까지 올랐다.

그런 ‘신비아파트’가 외전 격인 실사 웹드라마 ‘기억, 하리’로 돌아왔다. 2일 TV와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공개된 후(목, 금 오후 8시) 2주 만에 본편 조회수만 100만을 넘어섰다. TV에서도 첫 방송부터 타깃 시청률 2.5%(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4∼13세 기준)로 동시간대 1위에 올라 원작의 명성을 잇고 있다.

원작이 아기자기한 어린이용 호러를 표방했다면, ‘기억, 하리’는 제법 공포 드라마 태가 난다.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성인이 봐도 제법 등골이 오싹할 정도. 원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귀여운 꼬마 도깨비 신비 캐릭터는 과감하게 삭제했다.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13일 만난 ‘기억, 하리’의 박용진 PD(40·사진)는 “시청자 연령대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교생까지로 높여 잡았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초등학생이던 주인공 구하리와 최강림은 ‘기억, 하리’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등장하고, 배경도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 교정이다. 훌쩍 자란 주인공들 간의 ‘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청소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박 PD는 “새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유튜브 댓글과 블로그에 장문의 리뷰가 올라온다. 고증 오류를 지적하거나 이야기 전개에 대해 조언하는 등 조숙한(?) 피드백이 나오고 있어 편집할 때 더 신경을 쓰게 된다”며 웃었다.

앞으로 TV와 극장판, 웹콘텐츠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 체험형 전시회 등 ‘신비아파트’의 ‘원소스 멀티유스’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박 PD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실사 드라마의) 시즌2 제작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요즘 청소년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가장 큰 플랫폼이 유튜브잖아요. 선정적이거나 가십에만 매몰되지 않고 10대가 즐기기에 적합한 양질의 웹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