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은 영화 ‘너의 결혼식’ 촬영을 마치고 자신의 ‘사랑과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한 건 사랑이 아니었구나 싶었”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너의 결혼식’ 박보영
극중 승희는 나와 너무 달라 끌렸어요
실제 호감가는 사람 오래 지켜보는 편
다시 사랑, 그땐 성숙한 사람 만날래요
제법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그렇다. 물론 진짜 연인은 아니다. 로맨스 영화를 함께 완성한 남녀배우가 서로에게 완벽히 스며들 때, 어떤 어우러짐을 만드는지 배우 박보영(28)과 김영광(31)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사랑에 빠진 무대는 22일 개봉한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제작 필름케이). 영화에서 후회 없는 사랑을 나눴고, 현실에서도 자신만의 사랑을 꿈꾸는 두 배우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상큼발랄, 유쾌한 에너지와 매력이 두 사람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빼놓을 수 없는 인생 키워드다. 남녀의 사랑이라면 더 그렇다. 하물며 아직 ‘솔로’인 20대 여성에게 사랑은 각별하다. 배우 박보영도 요즘 사랑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를 찍고 나니 그동안 내가 한 건 사랑이 아니었구나 싶다”면서 웃는 그녀. 마치 김광석의 노래 한 구절을 읊는 듯한 고백이 나온 이유는 아무래도 새 영화 ‘너의 결혼식’의 영향이다.
고3 때 전학 간 바다마을 학교에서 만난 소년(김영광). 그와 티격태격하다 첫사랑에 빠진 뒤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10년의 시간을 보낸다. 지질하면서도 애틋하고, 상큼하면서도 가슴 아픈 ‘첫사랑 연대기’를 완성한 박보영은 “내 첫사랑은 영화와 견줘서도 극적인 스토리가 없다. 오히려 그 사람을 왜 만났을까, 후회부터 밀려올 때도 있는 걸 보면 내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나 싶은 거다”고 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대중이 박보영을 부르는 다른 이름은 ‘뽀블리’. 출연작마다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뽐내고 흥행까지 거두면서 붙은 별칭이다. 귀여울 것만 같던 그도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너의 결혼식’은 박보영의 성장과 진가가 다시금 확인되는 작품이다.
흔히 봐온, 기승전결이 예측되는 로맨스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영화 속 박보영의 매력은 배가 된다. 누군가의 경험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는 러브스토리에서 그는 삶과 사랑에 늘 당당한 주인공 승희 역을 맡아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박보영은 “실제 나와 너무 다른 캐릭터여서 더 끌렸다”고 했다. 사랑을 하는 모습도 승희와 자신은 다르다는 설명. “실제론 호감 가는 사람을 오래 지켜보는 편”이라는 그는 “내 관심사를 살짝 흘리고, 상대가 관심을 보이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관계를 시작한다”고 했다. 때문에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나보다 성숙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참 설명하다보니, 내가 정말 까다로운 사람 같다. 하하! 실은 그렇지도 않은데. 우리 영화에선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타이밍을 캐치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처럼 한 발 떨어져서 우리의 타이밍을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나.”
배우 박보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연기만큼이나 인터뷰에서도 그는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야무진 모습이다. 촬영 때도 그렇다. 관객이 자칫 극중 승희를 충분히 납득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어느 때보다 감독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이제는 내 연기에 대한 평가보다 참여한 영화가 손해 보지 않는 게 나에겐 더 중요한 문제”라고도 했다. 경력이 쌓일수록 책임감도 그만큼 무거워지고 있나보다.
진짜 사랑에 빠진듯, 환상적인 파트너십을 보인 김영광과의 연기 경험은 어땠을까.
“영광 오빠는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고, 그날그날 느낌과 감정을 연기로 쏟아내는 사람이다. 오빠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난 반문했다. ‘김영광처럼 잘생긴 사람이 나를 못 잊고 따라다니는 게 가능해?’ 하하! 영화가 개봉한 뒤 모두 오빠의 매력에 빠지겠구나, 난 확신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