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大 포터-노리아 교수, 효율적 시간 관리법 제안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니틴 노리아 교수는 미국 CEO들이 실제 어떻게 일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18년 7·8월호)에 리더를 위한 효율적인 업무시간 관리법을 제안했다. 포터 교수 등은 대기업 CEO 27명의 협조를 얻어 매 15분 단위로 수집한 총 6만 시간의 일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 CEO들은 일주일에 평균 62.5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평일에는 하루 평균 9.7시간 일했으며 주말의 79%를 하루 평균 2.4시간 일하는 등 늘 업무에 몰입했다. HBR 한국어판에 실린 두 교수의 연구 결과와 시간 관리 방법을 요약한다.
불필요한 디지털 의사소통만 줄여도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 결과 CEO들은 일주일의 업무시간 가운데 평균 24%를 디지털 의사소통에 할애했다. 조직 안팎에서 e메일이 쏟아지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연구 결과 자신이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e메일을 읽다가 업무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많은 소통이 이뤄지면 조직의 비효율성이 증가한다. CEO들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보이거나 독단적으로 비칠까 봐 e메일을 읽고 답장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포터 교수 등에 따르면 꼭 읽어야 할 e메일만 골라내고 자신이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은 비서나 관련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또 회의시간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회의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CEO 1명이 일주일에 참석하는 회의는 평균 37건에 달했다. 회의로 인해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회의를 간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사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참석자들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회의시간에는 핵심 내용만 논의하는 방식이 좋은 예다. CEO가 나서서 “무조건 회의시간을 반으로 줄여라”라고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의 안건과 직접 관련된 사람만 참석해야 ‘짧고 굵은’ 회의가 가능하다.
이렇게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확보한 시간을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긴급 사안 대응이나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거나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 부하 직원에게 의존하라
연구 결과 CEO가 직속 임원들을 신뢰할수록 시간 활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들에게 적절히 권한을 위임하면 자신이 관여해야 할 영역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CEO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임원을 확보해야 한다. CEO 취임 후 산적한 업무에만 몰입하다가 믿을 만한 조력자들을 찾지 못하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 고객에게도 적당한 시간을 할애하라
연구 결과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 중 하나는 CEO가 고객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전체의 3%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연구에 참여한 CEO들 스스로도 이런 결과를 보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CEO는 고객보다 컨설턴트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CEO는 고객과의 만남을 중요한 업무로 생각해야 한다. 매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거나 고객사의 CEO를 만나 의견을 듣는 것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이틀은 짬을 내 거래처를 방문하는 등 일정 시간을 강제로 할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밖에 CEO들은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연구 결과 CEO들은 평균 28%의 시간을 혼자 보냈지만 1시간 이하의 자투리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가급적 2시간 이상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사색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또 스케줄을 너무 빡빡하게 관리하지 말고 즉석 회의를 가끔 열 수 있도록 여유 있게 관리해야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