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국부론 ‘북학의’
박제가의 초상화와 ‘북학의’ 내·외편의 사진. 1790년 박제가가 두 번째 베이징에 갔을 때 화가 나빙이 그려 선물한 초상화와 시다. 40세 전후의 박제가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북학의는 2권 1책이며 내편 39항목, 외편 17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아일보DB
○ 청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된 북학사상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에 대해 언급하였다. 동아일보DB
○ 분업, 개방 등 혁신적이었던 ‘북학의’
박제가는 ‘북학의’ 내편에서 상업과 공업을 발전시키고, 바닷길로 외국 여러 나라와 통상하며, 전국에 도로를 확충하고 운송 도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수레, 배, 벽돌을 적극적으로 도입 △도로, 교량, 시장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농기구, 수차, 잠업(누에 사육) 기계 등 도입과 자체 제작 △각종 물자와 제도 표준화 등을 주장했습니다. 외편에서는 △조선의 신분·과거제도 개편 △국민의 의식 개선을 담았습니다. 특히 조선의 진보와 발전을 가로막는 존재는 유학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유학자들이 상업에 종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혁신적 주장도 포함했습니다.
박제가의 혁신적인 주장 속에는 산업화 시대에도 적용해야 할 중요한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통해 유통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과는 배를 이용해 대량의 상품을 운반하고, 국내에는 도로와 교량을 정비해 수레로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박을 통해 대량생산한 공업 제품과 농산물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표준화와 분업화의 장점을 인식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건축 자재의 생산 과정에서 표준화와 분업을 강조했습니다. 예로 벽돌의 생산 공정을 분업화하고 표준화한 뒤 벽돌로 집과 성벽을 쌓으면 비용 절약은 물론 건물도 튼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외에도 모든 산업 부문에 표준화와 분업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 ‘북학의’와 현재 우리나라의 정세
일부 학자들은 ‘북학의’를 ‘조선의 국부론’이라 부릅니다. ‘북학의’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서도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책입니다. 최근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한다”며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해양을 통해 미국, 일본, 유럽과 무역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때문에 중국, 러시아와의 철도와 육로 교통은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철도 공동체가 성립된다면 해양과 육로 교통이 모두 열립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북학의’가 저술된 18세기 후반보다 자본과 기술이 더 많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새로운 계기를 더 빠르게 마련할 수 있습니다. 중국 외에도 러시아를 통해 중앙아시아, 유럽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새로운 경제성장의 기회가 올 것입니다.
이환병 서울 용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