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대회에서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준우승을 달성하며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인기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인기를 능가하는 것 같습니다. 어퍼컷 세리머니도 히딩크와 꼭 닮았습니다. 베트남 언론은 ‘박항서 매직’을 대서특필하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박 감독의 귀화를 요청하는 글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박 감독은 지드래곤, 송중기 등과 함께 이미 한류스타의 대열에 서 있습니다.
오랫동안 베트남은 축구의 변방이었습니다. 그런 베트남 국민들이 축구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민족적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열망을 축구를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AFC U-23 대회 준우승 뒤 베트남의 한 고등학교의 논술 시험에 ‘“최선을 다했는데 왜 고개를 숙이느냐?”고 한 박 감독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의 생각을 논하라’란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습니다.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전한시대 한서의 ‘위상전’에 나오는 말로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입니다. 철저히 준비하여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 놓되 절대로 자만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함축하는 말입니다. 교병이 필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기면 교만해지고, 교만해지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삼성전자의 호조 등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삼성그룹은 임직원을 향해 ‘교병필패’를 주문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최근의 아시아경기에서의 축구 경기를 통해 우리는 큰 교훈을 얻습니다. 교만한 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교병필패’의 정신으로 무장하면 어떤 힘을 낼 수 있는지 한국과 베트남 축구를 통해 목격했습니다.
언젠가 베트남 축구팀도 패할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베트남 대표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 결과에 당당한 것이 박항서 매직의 본질이 아닐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