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미가 21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홍콩 콩만와이 비비안에게 승리를 거둔 뒤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33살의 나이에 뒤늦게 첫 출전한 AG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하며 또 다른 ‘영미의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2월 2018평창올림픽 기간 ‘영미’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한국 컬링대표팀 스킵 김은정이 김영미(리드)의 이름을 외치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은메달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대회가 끝난 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건배사를 ‘영미’로 해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영미 신드롬’은 평창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까지 이어졌다. 그 종목은 바로 펜싱이다.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또 다른 ‘영미’가 금메달에 입을 맞췄다. 그 ‘영미’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AG 출전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강영미(33·광주서구청)다.
2007년 처음 종합대회에 선 뒤 12년째 밟아보지 못했던 개인전 종합국제대회에 첫 발을 내디디고 금메달까지 거머쥐는 겹경사를 누린 것이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쑨이원(중국)을 무찌르고 얻은 쾌거였다.
올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월드컵에서 개인전 3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세계랭킹도 7위까지 끌어올렸다. 33세 베테랑 강영미에게 찾아온 뒤늦은 전성기다. 한마디로 ‘늦게 핀 꽃’이다.
이날도 쾌조의 출발을 했다. 5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뒤 16강과 8강도 문제없이 넘어섰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준결승에선 콩만와이 비비안(홍콩)을 13-12 한 점차로 꺾었다. 8-11까지 끌려가던 상황에서 연장 끝에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영미, 힘내”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결승을 앞두고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등장해 힘을 보탰다.
상승세는 결승까지 이어졌다. 2라운드까지 3-1로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5-4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종료 1분여를 남기고는 연달아 3점을 따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에도 현란한 손놀림으로 쑨이원의 공격을 차단했고, 마침내 11-7로 경기를 끝냈다.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하자 강영미는 벅차오른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뒤늦게 핀 꽃, 강영미에 힘입어 ‘펜싱 코리아’는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최인정(27·계룡시청)과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 나선 손영기(33·대전도시공사)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