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추가적 언급은 피한 만큼 구체화되진 않은 듯하지만, 이달 초 김정은의 서신을 공개하며 “곧 보게 되길 바란다”고 했던 것보다는 진전된 발언이다. 조만간 이뤄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에서 교착상태의 비핵화 협상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결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나는 그(김정은)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그들이 해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핵실험장 폐쇄 같은 조치들은 실질적 비핵화와 무관하다는 일반적인 평가에 배치되는 발언이다. 또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용 이벤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이런 미국의 국내정치 일정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세 번째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의 귀국길에 “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던 북한은 이제 대놓고 6·25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엔 김정은까지 나서 “강도적인 제재 봉쇄” 운운하며 미국과 유엔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독특한 방식’, 즉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해법 마련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김정은이 핵 폐기 리스트와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는 한 돌파구는 마련될 수 없고, 북-미 정상회담도 기약할 수 없다. 그러면 북-중, 남북 정상회담도 의미가 없다. 열린다 해도 공(空)회전일 수밖에 없고, 자칫 북한의 노림수에 이용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물밑 외교가 한창인 지금, 한반도 주변 각국이 해야 할 일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거듭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