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 화재 근로자 참변
다급한 구조 요청 21일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한 인천 남동구 세일전자 건물 4층에서 한 근로자(원 안)가 유독가스를 피해 창밖으로 손을 뻗어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 근로자를 비롯해 4명이 연기를 피해 뛰어내렸으나 2명이 사망하고 2명은 부상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경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세일전자 공장에서 불이 나 2시간 8분 만인 5시 51분경 진화됐다. 이 화재로 A 씨(53·여) 등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6명 중 30대 여성 1명은 중상이다.
이날 불은 세일전자 4층 중앙부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실에서 발생해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4층 전체로 빠르게 번졌다. “불이야”라는 고함 소리와 함께 대피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렸다. 불은 식당과 전산실 등 주변으로 번져나갔다. 추현만 인천공단소방서장은 “화재 초기 4층 천장에서 시뻘건 불덩이가 떨어졌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는 아세톤, 톨루엔 등 인쇄회로기판 제작에 들어가는 가연성 화학 물질이 있었는데, 여기에 불이 붙으면서 나온 갈색 유독가스가 4층 전체를 집어 삼켰다. 공장 외벽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에도 불이 붙어 연기가 났다.
4층에 유독가스가 퍼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필사의 탈출 시도가 있었다. 연기를 피해 창문 쪽으로 나온 여성 근로자 등 4명은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다 다급한 나머지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 4층에서 뛰어내렸다. 이 중 50대 여성 근로자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화재 당시 공장 1∼4층에는 50여 명의 근로자가 있었다. 4층에는 23명이 일하고 있었고, 이 중 8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15명은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선발대가 신고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 사이 불길이 급속도로 번져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있었다”며 “119구조대가 불을 진화한 뒤 수색하던 중 추가 사망자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대원 60여 명과 펌프차, 구급차 등 차량 45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인근 공장 근로자들이 목격담을 올리며 화재 당시의 위급함을 알렸다. 아이디 bana****는 “우리 옆 블록 공장인데, 근처 소화전이 있긴 한데 리어카나 불법 주차 때문에 끌어오지도 못해서 불길 못 잡고 2시간째 끙끙대는 중. 2차 폭발 우려로 30분 먼저 퇴근한다”고 전했다.
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박희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