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민주당-공정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38년만에 대수술
《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해 오던 기업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이 폐지됨에 따라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 자체적으로 담합 수사가 가능해진다.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는 금지청구제도도 도입된다.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불공정 거래는 근절돼야 하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남발되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가격담합,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 경성담합(중대한 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독점하던 담합 관련 조사 권한을 검찰에도 나눠줘 공정거래법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런 내용의 합의안에 이날 서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도입이 추진되던 사소(私訴)제도를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피해자가 직접 기업의 불공정 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어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를 강화하고 담합, 시장지배력 남용 위반 기업에 적용하는 과징금의 최고한도를 2배로 올리기로 했다.
○ 자발적 담합신고 감소할 가능성
먼저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업들은 이중 처벌 부담을 안게 됐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이 동시에 활성화돼 제재 총량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기본적으로 고발에 취약한데, 이중삼중의 옥상옥이 생긴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 소송 남발 걱정하는 기업들
당정이 밝힌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도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 예를 들어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로 피해를 봤다면 지금은 공정위에 신고해야 금지 처분을 받아낼 수 있지만 앞으론 가맹점주가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사소제도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많아 비효율적인 소송이 빗발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날 당정 합의에 당황하고 있다.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를 위한 지분 요건 강화 방침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결국 지분을 줄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회사나 산업에 이익이 되는 내부 거래나 투자까지 막는 꼴”이라며 “기업 총수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투자하게끔 정부가 떠미는 격”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황태호·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