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대표팀 강경진 감독이 22일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강경진(45)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은 ‘준비된 국가대표 지도자’로 꼽혔다. 많은 이들은 아마추어종목에서 올림픽 챔피언 또는 아시안게임(AG) 스타만 기억한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이 없어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스타플레어들이 여럿 있다. 강경진 감독의 선수시절이 그랬다. 국제무대에서 현란한 기술로 왼손의 마법사로 불렸다. 하태권(요넥스 감독)과 복식조를 이루며 박주봉(일본대표팀 감독)-김문수(성남시청감독)의 뒤를 이을 한국 셔틀콕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세계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전영오픈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 최강 복식조로 이름을 날렸다. 심각한 어깨 부상이 없었다면 강경진-하태권조는 충분히 올림픽 정상에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대신 강경진 감독은 이러한 경험을 살려 후배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김중수 전 감독(현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과 함께 이용대의 전담코치로 한국 배드민턴의 중흥을 이끌었다.
기술적인 지도뿐 아니라 부상방지 경기에 임하는 자세, 성실함과 바른 인성 등 젊은 선수들에게는 모든 것이 교과서였다.
준비된 지도자의 첫 AG는 아픈 가시밭이다. ‘자카르타 참사’로 표현됐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단체전에서 남녀 똑같이 무려 40년 만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
승부의 세계에 핑계는 없다. 그러나 이번 AG 배드민턴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꼽힌다. 절반 이상이 AG 첫 출전이다. 남자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대거 은퇴했다. 배드민턴협회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선언했고 그 첫 출발이 이번 AG다.
강 감독은 22일 “많은 교민들도 경기장에 와주셨고 한국에서도 응원을 해주셨는데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해 죄송하다.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선수들과 (23일부터 시작하는) 개인전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러나 이번 AG에서 한국 배드민턴은 분명 희망을 발견했다. 열아홉 동갑내기 남자 복식조 강민혁-김원호는 세계랭킹 53위지만 3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 가무라 다케시-소나다 게이고조에 선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도 “큰 가능성이 보인다”고 표현했다.
강경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나빴지만 많은 배움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련을 겪고 있는 준비된 지도자가 2년 뒤 도쿄에서 활짝 웃기를 기대한다.
# 슬라맛(Selamat)은 인도네시아어로 안녕, 행복, 평안을 바라는 따뜻한 말입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