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술발전 외면한 낡은 규제”
원격의료란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의 진료, 자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즉 의사와 환자 간 직접 대면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1988년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이뤄졌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판독, 처치방법 등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0년에는 원격진료의 핵심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시 야당(현 여당)과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더 심화되고, 대면 없는 진료로 인한 오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영리병원의 전단계라며 반대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의료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차단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2015년 후생노동성 고시를 개정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올해 4월부터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격의료를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6개월 동안 대면진료를 받아온 환자에 한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20∼30분 내로 대면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일본은 원격으로 약 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온라인 서비스’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초기에 대면진료를 한 뒤 원격진료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원격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