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성철 정치부 차장
송파갑은 보수정당 지지자만 사는 동네가 아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은 선거마다 30%대 중반 이상을 득표했다. 그러다 보니 기자 주변에는 “내가 찍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투표장에 갈 이유를 못 찾겠다”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결과가 매번 똑같다 보니 보수 성향인 이들도 국회의원 뽑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우리 정치에서 송파갑이 유별난 지역은 아니다. 누군가가 어디에 산다고 이야기하면, 그 동네 국회의원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는 대충 맞힐 수 있다. 소선거구제 방식인 현행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기보다는 그저 정당이 차려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찍어야 하는) 구내식당이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2002년 12월 26일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무엇이든 양보할 수 있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지역주의의 폐해를 겪었던 그는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던 2005년 6월에도 당내 반대를 물리치고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한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공감대가 있었다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원내 1, 2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자신들은 화두를 던졌으니 할 일은 다했다는 분위기다.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대의를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지만, 의석수를 손해 볼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식이다.
기득권인 청와대와 양당이 이래서는 선거제도를 고쳐 정치판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되찾아주는 중요한 일이다. 작은 계산에 얽매여 선거제도 개편에 딴청을 피우는 태도는 ‘100년 정당’이 되겠다는 여당이나 국정을 운영해본 제1야당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경기 직전에 룰 미팅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당장 싸움을 앞둔 사람에게 대승적인 양보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마냥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총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고 각 당의 머릿속이 덜 복잡한 지금이 가장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때다.
전성철 정치부 차장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