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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전아리 “얘기만 재미있다면 절로 빠져들어” 청소년-로맨스-추리물 다양한 도전

입력 | 2018-08-23 03:00:00

[21세기 청년 작가들]<<13> 장르 초월 소설가 전아리




전아리 씨는 “창작 활동을 문학에 국한시키기보다는 글과 영상의 접목, 그림으로 표현하기 등 여러 방향으로 폭넓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아리 씨(32)가 첫 책을 낸 지 10년째다. ‘등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건, 그가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문학출판사인 문학동네는 미등단 신인이었던 대학생과 파격적으로 출간 계약을 했고, 전 씨는 스물두 살에 장편과 단편집을 한꺼번에 내며 작가로 데뷔했다.

대학 교재가 든 배낭을 메고 술자리에 와서는 선배들의 질문에 수줍게 대답하던 문단 막내는 단행본 10여 권을 쌓아올린 10년 차 소설가가 됐다. 열한 살 때 첫 소설을 쓰고 10대 때 각종 청소년문학상을 독식해, 작가 아닌 길은 생각도 못했을 법하다. 문학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전 씨는 “스스로도 궁금하다.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도 있는데 왜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지”라며 웃었다.

“좋은 글을 읽고 ‘나도 써보고 싶다’고 느꼈던 설렘, 뭔가가 떠오르는 순간 느끼는 희열, 이야기를 만들면서 실감하는 생기…. 딱히 문학만을 고집한 건 아니었고, 글을 통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흥미로웠어요.”

순문학으로 출발했지만 전 씨는 청소년소설, 로맨스소설, 추리소설 등 여러 장르에 도전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염두에 둔 글쓰기도 놓지 않았다. 독자들의 취향이 다양하게 변화한 데 대한 유연한 대응이었다. 그런 그 역시 최근의 독서 시장에 대한 고민이 많다.

“친구들과 만나면 농담조로 얘기해요. 요즘의 감성 충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짧은 글귀가, 스토리의 재미는 넷플릭스가 다 충족시켜 준다고. 대중의 정서는 다양해졌는데 그에 발맞출 만큼 시장이 활성화되기는커녕 침체에 빠진 상황입니다. 21세기 작가들의 앞날 또한 험난하긴 마찬가지고요.”

출판계의 어려움을 체감한다는 그는 창작의 경제적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독서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제안이 들어오면 순발력 있게 쓸 수 있는 콘텐츠, 시간을 갖고 오래 공들여서 쓰고 싶은 콘텐츠를 함께 보유한다는 것이다.

“제일 애착이 가는 건 세 번째 콘텐츠이지만…. 먹고살기 힘드니까요. 다행히 첫 번째, 두 번째 콘텐츠도 쓰는 걸 재미있어 해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는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긴 어렵다는 젊은이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묘사해달라고 묻자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이전과 달라지고 인공지능이 단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시대”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왜 문학을 하는지 묻자 그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태어나 보니 이 시대였습니다, 하하”라며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창작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호기심, 여러 가지 가치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그 과정을 좋아해요”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세기가 달라져도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은 빠져듭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21세기 작가로서 글을 쓰고 있다는 데 대해 만족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