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8대 주력산업 점검<4>스마트폰
○ ‘세계 최초’ 타이틀 독점하는 중국
스마트폰 전문가도 놀랄 정도의 성능 뒤에는 ‘픽셀 비닝(Binning)’이 숨어 있다. 픽셀 비닝이란 여러 개의 픽셀을 하나로 묶는 기술이다. 픽셀은 빛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데 여러 개의 픽셀이 합쳐지면 픽셀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밝은 촬영이 가능하다. 화웨이는 ‘메인 RGB(적·녹·청) 렌즈’에서 네 개의 픽셀을 하나로 묶어 기존보다 4배 밝게 사진이 찍힌다. 전체 픽셀 수가 줄면서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는 외곽선의 세밀한 표현을 돕는 ‘모노(흑백) 렌즈’로 해결했다.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에 모노렌즈를 별도로 넣은 업체는 화웨이가 유일하다.
‘중국 브랜드=짝퉁’이라는 공식을 깬 건 화웨이만이 아니다. 비보는 지난해 1월 ‘CES 2017’에서 세계 최초로 화면에 지문인식 기능을 내장한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오포는 6월 전후면 카메라 유닛이 본체에 숨어 있다가 사용할 때만 슬라이딩 방식으로 튀어나오도록 해 스마트폰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채운 ‘파인드X’를 공개했다.
중국 업체들이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차지하기 시작한 원동력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다. 화웨이는 통신장비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스마트폰에 접목해 지난해 R&D에만 897억 위안(약 15조1000억 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의 15%나 된다. 샤오미도 6월 홍콩증시에 상장해 100억 달러(약 10조74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며 R&D 투자 기반을 다졌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이나 인수합병도 기술 혁신 기반이다. 화웨이는 2016년 독일 카메라 업체 ‘라이카’와 공동으로 R&D를 진행하는 조인트랩을 독일 라이카 본사에 설립했다. A 씨는 “라이카는 흑백렌즈 영역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화웨이가 라이카로부터 P20 프로에 탑재된 모노렌즈 최적화에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14년 중국 반도체 설계회사 ‘리드코어 테크놀로지’의 모바일 AP 기술을 1억300만 위안(약 168억 원)에 사들였다. 적극적인 인수를 통해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전략이다.
○ 프리미엄 시장에서 휘청거리는 한국
혁신 이미지를 중국에 내주면서 국내 업체들의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ASP)은 247달러(약 28만 원)로, 작년 동기 270달러보다 8% 하락했다. 애플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중국에 내줬지만 탄탄한 충성 고객층 덕분에 고가 전략이 아직도 유효하다. 애플의 2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삼성전자(7100만 대)보다 약 3000만 대 적은 4130만 대지만 매출은 약 34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IM사업부문 매출인 24조 원을 한참 웃돈다. 2분기 아이폰 ASP는 724달러(약 81만 원)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477달러다.
내년부터는 5세대(5G) 스마트폰, 폴더블 스마트폰 등 차세대 제품 상용화로 수년간 정체 상태였던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이 최근 1%대 수준에서 3∼5%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몽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실장은 “폴더블폰을 가장 먼저 출시하면 혁신 기업과 혁신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화웨이는 당장 양산한다기보다는 최대한 완성도를 높인 폴더블폰을 발표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으려 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5G와 같은 신기술을 선점하고 폴더블 등 신제품 완성도를 높여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