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국제무대 나선 김정은… 美 제재 멈추고 실리 얻으려해 文대통령은 先보상 강조하지만 핵폐기 등 실행과 보조 맞춰야 한미동맹의 굳건한 틀도 지킬것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역설적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올해까지만 해도 그는 좀처럼 집을 떠나지 않는 독재자였다. 하지만 최근엔 타국과의 관계 형성에 박차를 가했다. 3월과 6월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만났고 5월엔 그와 다롄에서 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4월과 5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났다. 6월엔 싱가포르에서 북한 지도자 최초로 현직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맞댔다. 이를 통해 김정은과 그의 핵심 측근들과의 새로운 소통 채널들이 열렸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 대해 더 잘 알게 될수록 그가 가진 의도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약해졌다. 우리가 김정은의 전략을 이해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재 갖고 있는 증거는 확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면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김정은의 우호적인 제스처는 보수적인 관점에서도 얼마든지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피할 뿐 아니라, 북한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제재를 중단시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굳히기 위해 외교 무대에 나섰지만, 막상 외교전이 시작되자 ‘보검’으로 통하는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제재를 완화시키고 워싱턴의 군사옵션을 막기 위해 평화선언의 약속을 얻으려 한다는 우려다.
정치적 선언은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에 따른 불신을 없앨 수 없다.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건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다룰 때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과정을 시작해 국제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전에,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제재를 완화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것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동맹국 간의 전략을 동일선상에 둘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양국에서 모두 높지만 방위비분담금과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그리고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파고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은 현재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벌이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이 과거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한국군의 준비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전작권이 최대한 빨리 환수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더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관계 중 하나인 한미동맹을 흔들 수도 있는 ‘퍼펙트 스톰’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북한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해결책에 나섰던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이 평화와 안보라는 배당으로 이어질지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통합전략을 추구하기 위한 잘 조율된 노력이 없다면 불확실한 외교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 되고 말 것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