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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고용재앙, 현장에 답이 있다

입력 | 2018-08-24 03:00:00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원래 직원이 5명이었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3명을 내보냈다. 원래 2층도 영업했는데 종업원이 줄었으니 손님을 받을 수 없어 1층만 한다. 내년에 또 오르면 별수 있나. 직원을 더 줄일 수밖에. 정부가 너무한 것 같다.”―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대부분 카드 결제여서 세무조사 면제해 준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문제는 내수시장 위축과 최저임금 인상인데 정부가 오답만 내놓고 있다.”―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현장에 나와 우리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기나 했나.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

최근에 취재하면서 들은 바닥 민심들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성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상쇄할 만큼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최근 발표되는 통계 수치보다 현실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제갈창균 외식업중앙회장은 “최근에 장사가 안돼 가게 문을 닫고 야반도주하는 자영업자가 많다”며 “이들 대부분이 폐업신고를 안 하기 때문에 실제 폐업률은 발표된 숫자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및 사회보험료 지원 강화, 카드수수료 없는 제로페이 등 무려 37개나 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내놨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부대책을 브리핑한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100회 이상 현장 방문과 업계 간담회를 통해서 과제를 발굴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 대책의 수혜자들은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 처방’(소상공인연합회), ‘한마디로 요악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라고 혹평했다.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정부에 가장 강하게 요구한 것은 종업원 5인 미만인 작은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번 대책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를 마치 종교적 주문처럼 외우며 ‘최저임금이 큰 문제’라는 절규에 귀를 닫고 있는 정부 당국의 태도는 소상공인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이번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위해 내년에 투입하는 직접 자금 지원액만 약 6조 원이다. 수혜자들에게 호응도 얻지 못하고 실효성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근본적인 해법 대신 ‘세금 퍼주기’ 대책 같은 쉬운 길로만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이 불만스러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꼭 참석하겠다는 한 30대 자영업자는 “청와대와 정부 내 높은 분들이 현장에서 자영업자의 고민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들었다면 이런 하나마나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고통스럽지만 인내해야 한다”는 한 정치인의 발언은 먹고살기 힘들어 야반도주까지 감행하는 이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더욱 키울 뿐이다. 최악의 고용 재앙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닥 민심부터 제대로 읽으려는 절실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