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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은 비핵화 위한 수단일 뿐”

입력 | 2018-08-24 03:00:00

이종석 前 통일부 장관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강연




“북한이 종전선언한 뒤에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우리가) ‘종전선언을 깨자’고 ‘파투’를 선언하면 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사진)은 2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14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종전선언 체결 후 주한미군 철수 논란이 불거질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자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한 이 전 장관은 이날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 간 문제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측이 다양한 협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면서 주한미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 증거들이 있으니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에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규정(문서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한반도 내 대결을 종식할 수 있는 구조적 요소들이 갖춰져 있는 만큼 관련 주체들이 노력하면 결실을 볼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들어 눈에 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발적인 결단과 과거와 달리 판을 먼저 깨지 않으려 하는 경향에 주목했다. 이 전 장관이 분석한 김정은의 전략 변화 배경의 핵심은 “체제 보장을 넘어선 경제 제재 해제”였다. 이 때문에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경제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정은이 마냥 시간을 끌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이야기하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요구하는 핵신고·사찰이 서로 교환하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제재 해제는 “종전선언과 핵 신고가 교환된 다음 민생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논의하고 있는 종전선언의 개념은 한반도 구성원과 국제사회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취지를 알려 심리적인 안도감을 갖게 하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관계이론에서 통용되는 평화협정의 전 단계와는 맥락이 다르다는 얘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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