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심 징역 25년]‘영재센터 16억’ 뇌물판단 근거 논란
○ 2심 재판부 “가능성 높다” 추정
최순실, 1심과 같은 징역 20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의 공범인 최순실 씨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최 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이를 반박하는 근거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정보가 포함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삼성 관련 보고서(2014년 7∼9월 작성)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실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단독 면담 말씀자료(2015년 7월 25일) 등을 들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보고서를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봤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2심 재판부는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경제수석실 말씀자료는 2심 재판부가 ‘가장 핵심적인 승계 작업’이라고 평가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미 성사된 뒤 작성된 것이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 영재센터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이때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고 보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묵시적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후삼국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며 “묵시적 공모가 합리적 제약 없이 확대 적용되면 무고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 ‘뇌물’ 강요 가해자 유죄, 피해자 무죄
또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하지 않고 사실상 변론을 포기한 것도 2심 재판부의 추가 뇌물죄 인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판은 단 4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면담도 못 하는 국선 변호인이 변론을 했지만 재판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2심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질타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