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미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달리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달릴까. 필자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에서 그 원동력을 찾았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대해서 다소 혼동하는 점이 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부 유명 사립대학교 간의 스포츠 교류 리그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명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만 쓰이고 있지만 그 시작은 스포츠이며 지금도 아이비리그는 스포츠리그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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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스포츠를 중시한다.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 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학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스포츠는 인간 본성을 잘 억눌러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포츠(운동)가 인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스포츠를 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경기 중에는 용기를 발휘해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게 리더십 등 인간의 인성을 키워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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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해 미국의 대학들이 이렇게 스포츠를 강조하고 있는 게 미국 사회 전체에 ‘평생건강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비리그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명문 고교들도 스포츠를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인성교육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당연히 초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스포츠를 즐긴다. 고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즐기며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지금도 농구로 건강을 다진다. 예일대 야구팀 출신 조지 부시 시니어 전 미국대통령도 야구를 평생 즐겼다. 김병준 교수는 “스포츠를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해 정신적인 탁월함까지 만들어내는 교육철학은 미국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미국에서 창의적인 도전이 계속 되는 배경에 스포츠를 통한 충만한 에너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떤가. 소위 ‘입시’라는 명목에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서도 스포츠 및 운동은 경시되고 있다. 공부를 위해 학교 정규수업인 체육시간까지 희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100세 시대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20년도 못쓴다고 한다. 주기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재교육을 받고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선 건강이 중요하다. 이젠 국내 대학도 공부만이 아닌 스포츠를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속칭 국내 명문대의 상징인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스포츠를 강조하면 미국의 아이비리그가 만들어내는 ‘평생건강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