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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名문장]부패한 힘

입력 | 2018-08-27 03:00:00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 교수

“우리의 베이컨적 관습은 예측하고 조절하는 위력을 가진 과학을 찬양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우리가 세속적으로 경외와 존경의 마음을 잃도록 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정말로 자연을 소유해서 명령하고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멸시하는 사치도 당연히 누릴 것이다. 결국 힘은 부패한다.” ―스튜어트 코프먼, ‘혼돈의 가장자리’

올해는 유례없이 더웠다. 인류가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졌다는 절망적 진단마저 나왔다. 이러한 기상 이변이 올해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동물이 호흡할 때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이나 조류의 광합성을 통해 재활용된다. 그 덕택에 오랜 기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인류가 자연을 ‘소유하고 명령하게’ 된 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화석 연료를 마음껏 사용하며 한때 생명체였던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급격하게 전환시키고 있다. 그 결과 올여름 우리는 저 ‘부패한 힘’의 위력을 전 세계적으로 확인했다.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경외와 존경의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외쳤던 (자연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반성적으로 재고해야 할 인류세적 시기에 당도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혼돈의 가장자리’는 조건만 주어진다면 생명의 출현은 당연하다고 설명하는 한편 끝을 향해 치닫는 인류가 혼돈의 중심에 있음을 또한 암시한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21세기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고귀함에 대한 인식이 인간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