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주 초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24일 전격 취소시켰다. 방북 계획 발표 하루 만에, 그것도 백악관에서 방북 계획을 보고받던 바로 그 자리에서 트위터로 방북 취소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매우 즉흥적인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듯이 이번 결정은 버티기로 일관해 온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이자 압박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서도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폼페이오는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해결된 뒤 가까운 장래에 북한으로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9월로 예고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염두에 두고 북-중 양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북 접촉에 나서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 그를 곧 만나길 기대한다”고 한 것은 김정은에게 비핵화 교착 국면을 푸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료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미칠 파장은 복잡 미묘하다.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 이벤트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밀어붙여 미국과 갈등이 촉발되려는 시점에 나왔다. 다음 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전까지 북-미 단절 상태가 이어지면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싱가포르 회담을 앞둔 5월 24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가 번복한 적이 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북한의 험한 언어와 태도가 문제였지만 이번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의 내용을 둘러싼 대립이다. 당시의 긴급 남북 정상회담처럼 한국이 가교 역할을 자청할 상황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