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러 오는 손님 대부분…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
지난 23일 오후 찾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한산했다. 매장 직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재고관리를 했다.(사진=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지난 23일 오후 찾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다른 시내면세점과 달리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했다. 화장품 매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줄을 서 계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고가 브랜드 매장뿐 아니라 담배나 선글라스 등의 매장도 한산했다.
반면 24일 오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상황이 정반대였다. 다양한 매장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특히 화장품 등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매장은 최소 20여 분을 기다려야 계산이 가능했다. 명동 거리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거리에 사람이 넘쳐났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공격적인 ‘혁신경영’ 한계?
자료=한국면세점협회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 한 달 만에 썰렁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럭셔리 전략을 내세워 강남 면세점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정 총괄사장의 전략이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이용객과 관광객 수요를 정확히 예상하지 못해 텅 빈 매장과 초라한 매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공항 및 시내면세점 등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 비중을 보면 내국인(26.4%)은 외국인(73.6%)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내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용객 50~90%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하면 강남점 입지가 면세점이 들어가기엔 좋은 입지는 아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이 풀린다곤 하지만 전세기나 크루즈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강남은 입지가 좋지 않다”며 “관광객 입장에선 강남에 갔다가 강북에 오는 것보다 강북권에 있는 대형 면세점 두 곳을 도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패션업 등에 관심이 높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2015년 국내 면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당시 면세점 독립법인을 설립해 시내면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유통 노하우가 통했다”면서도 “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이 입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점·백화점 사업 ‘잿빛전망’에 주가도 장중 3.4%↓… 31만원 턱걸이
특히 면세점 사업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으로 발목이 잡혀 당장 하반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세계 면세점 사업은 100% 자회사 신세계디에프가 맡고 있다.
신세계 목표주가를 앞다퉈 올리던 증권사들은 다시 급하게 하향조정했다. 최근 한 달간 이베스트투자증권(53만 원→46만5000원), 동부증권(51만 원→43만 원), 유진투자증권(53만 원→46만원), SK증권(50만 원→44만 원), 메리츠종금증권(50만 원→43만 원) 등이 신세계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강남점은 오픈 한 달 만에 3만 여명 고객들이 찾으며 온·오프라인 전체 약 308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연말까지 1800억 원, 오픈 후 1년간 5000억 원을 강남점 목표로 잡았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매출이나 방문객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강남점 매출은 25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