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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로 연간 5조원 절약, 간편이동제로 주택담보대출 더 쉽게 빌리고 싸게 갚는다

입력 | 2018-08-28 03:00:00


8월 17일 여의도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비교해 더 낮은 금리의 은행으로 쉽게 대출을 옮길 수 있는 ‘모바일 대환대출 간편 이동 서비스’(이하 간편이동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출자로선 대출을 옮기는 절차가 간소화되고 금리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은행끼리 경쟁이 붙어 금리를 쉽사리 올릴 수 없는 장점도 있는 사업이다.

8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 ‘피노텍’이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주관하고 핀테크지원센터가 진행하는 대환대출플랫폼 서비스 위탁테스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환대출플랫폼 서비스란 기존 주택담보대출 대출자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쉽게 대출을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피노텍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분석과 설계를 논의 중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서비스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금융소비자는 물론 은행도 이득

피노텍 제공

현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부담은 심각한 수준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서영수 연구원의 ‘2018년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의 가계 부채는 가처분소득의 253%인 2천3백43조원에 달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34%로 가장 높았다. 신용대출(22%)과 전세보증금 대출(22%)이 뒤를 이었다.

최근 2년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월과 올해 5월의 기준금리는 1.5%로 동일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89%에서 3.49%로 0.6%p 올랐다.

덕분에 국내 은행은 올 상반기 기록적 호황을 누렸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총 15조8천83억원. 작년 상반기 대비(14조2천2백7억원) 11.1%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을 활성화시켜 금융소비자들의 부채 부담을 덜 심산이다. 금융위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계 부채는 총 7백44조원. 피노텍의 집계에 따르면 이들이 전부 자신이 내던 금리보다 0.7%p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대출을 옮기면, 연간 약 5조2천억원, 1.5%p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 약 11조2천억원의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간편이동제 시범사업 전에도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옮기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번거롭고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일단 각 은행의 금리를 검색해 현재 대출 중인 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조사 끝에 금리가 낮은 은행을 찾아도 아직 해결할 일이 남았다. 직접 은행 영업점을 수차례 옮겨 다니는 것은 물론, 담보 말소 및 재등록을 해결하기 위해 담보물이 등록된 관할 구청과 등기소까지 찾아 다녀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최소 하루 정도는 휴가를 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대 10분 내에 대환대출이 가능하다. 앱 내에 공시된 여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고 유리한 은행을 선택,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 자동으로 해결된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한눈에 금리 비교가 가능해지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정 부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리 공개로 낮은 금리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과거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며 낮은 금리를 내걸자 일선 은행도 금리를 낮춘 것처럼 업계에 금리인하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이 은행들에게 손해만은 아니다. 대출처를 옮길 때마다 드는 등기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 피노텍 측의 설명에 따르면 1억2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이 이뤄질 때 현행대로라면 등기업무에만 은행 측이 55만5천5백50원, 소비자가 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대환대출플랫폼에서 전자등기를 통해 자동으로 등기업무를 진행하면 은행권은 12만5천7백50원, 대출자는 2만5천원의 등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전 은행으로 확대하면 연간 2천2백81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피노텍 관계자는 “은행권도 적극 협조적이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서비스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