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고/이재훈]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 확보… 지역중소기업과 테크노파크 역할 중요

입력 | 2018-08-28 03:00:00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전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세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특히 지방정부가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은 민선7기 공약사항으로 4차산업혁명을 핵심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1, 2, 3차산업혁명에서는 증기, 전기, 인터넷이라는 핵심 매개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4차산업혁명은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일부의 비판은 있지만 ‘데이터(data)’와 ‘연결성(connecti vity)’이 핵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앞으로는 사람, 사물, 공간 심지어 모든 공정들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또한 생성·수집된 데이터가 클라우드(cloud)에 저장·공유된다. 이후 빅데이터 분석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인공지능(AI)이 접목되어 지능적인 의사결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사회가 도래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의 CEO 마윈은 “향후 10년 내 세계 최대의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가 될 것이다”라며 알리바바의 미래는 빅데이터임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4차산업혁명을 ‘데이터혁명’이라고 했다. 이처럼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의 ‘뿌리’와 같아서 글로벌 기업들도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4차산업혁명은 소위 AICBM(AICBM: AI, IoT,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이라는 핵심기반기술 중심으로 대규모의 투자와 시설 전반에 변화를 주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이고 특히 지역중소기업 입장에서 AICBM 기술은 ‘언감생심’이고 데이터 연결 플랫폼의 틀이 되는 소프트웨어 역량과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센서나 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소재 역량마저도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필자는 4차산업혁명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데이터를 생성하는 현장, 즉 지역중소기업이 4차산업혁명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역중소기업의 데이터 관리능력이 부족하므로 데이터 관련 교육훈련 같은 영양제를 긴급 수혈해 4차산업혁명에 대비시켜야 한다. 이 역할을 지방정부는 물론, 지역산업육성 거점기관인 테크노파크(TechnoPark)가 앞장서야 한다.

테크노파크는 1990년대 말 인터넷의 보급 확산에 따른 3차산업혁명이 한창일 때 중앙과 지방정부의 합작으로 출범시킨 지역산업육성 정책이었다. 지역 산·학·연·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지역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첨단벤처기업을 육성하여 지역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1998년 한국형 사이언스·기술 파크인 테크노파크 6개가 설립됐고, 현재는 전국 17개 시·도에 18개 테크노파크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한국 테크노파크는 출범 20주년을 맞이했다. 출범 당시를 되돌아보면, 외환위기가 남기고 간 상처로 지역경제는 뿌리째 흔들렸으며, 참으로 암담하기 짝이 없었던 시기였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한 지역산업정책이 바로 ‘테크노파크’ 프로젝트였다. 지역마다 출발점과 모양은 달랐지만 지역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 창업보육, 교육훈련, 지역산업정책 수립에 주력했다. 설립 초기에는 신기술기업보육, 기술지원 중심의 기능을 수행했으나, 점차 지역정책, 사업기획, 기업지원서비스 등으로 그 기능이 확대됐다. 그 결과 테크노파크는 각 지역의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기술혁신 및 기업지원 거점기관’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젠 ‘K-TP’라는 브랜드로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콜럼비아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대대적인 산업구조조정 및 일자리 재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중소기업 현장에 필요한 스마트제조, 사물인터넷, 로봇, 3D프린팅 등과 같은 분야에 교육훈련, 기술이전, 사업전환 지원 등은 물론 데이터관리를 통해 4차산업혁명 대응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최근 들어 많은 지역중소기업들은 지금의 상황을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한다. 그만큼 지역중소기업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맞물려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웅크리고 있는 지역중소기업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지역중소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를 잘 견딜 수 있도록 전국 테크노파크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