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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22〉다쳤느냐? 잘라라

입력 | 2018-08-28 03:00:00


삼국지의 명장 관우는 전투 중에 독화살을 맞아 부상을 입는다. 명의 화타가 화살을 뽑고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해 관우를 살렸다. 수술하는 동안 관우는 태연히 바둑을 뒀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이상하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장들에게는 이런 얘기가 따라다닌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인도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치른 마지막 전투에서 단신으로 성 안으로 뛰어들었다. 홀로 격투를 벌이던 중 오른쪽 옆구리에 화살이 깊숙이 박혔다. 화살 끝이 동맥을 건드렸던 것 같다. 명의 크리토불로스가 상처를 벌리고, 간신히 화살을 뽑아내자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알렉산드로스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동맥이 파열되는 위험한 수술이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붙잡는 것을 거부하고, 수술 내내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이 장군의 카리스마와 전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어낸 것인지, 사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사실이라고 해도 이런 수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자체가 황제와 장군에게 특별히 부여된 기회였다. 전쟁터에서 야전 의학이란 근대 전쟁까지도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다. 전염병과 세균에 대한 무지, 엉망인 위생으로 모든 전쟁에서 전사자보다 질병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18세기 영국 군대도 질병으로 인한 병력 감소율이 매월 10%였다.

부상자에 대한 처리는 더 끔찍했다. 총알이나 파편을 맞아 생긴 상처는 절단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수술 능력이 있다고 해도 야전병원이 마구 몰려드는 부상자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으면 절단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18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야전병원에는 잘라낸 팔다리가 수북이 쌓이곤 했다. 지금의 의학으로 보면 치료가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절엔 변명은 된다. 무지하고 능력이 되지 않았으니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문제가 있으니 절단해 버리자는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이건 치료가 아닐뿐더러 야만이고 범죄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