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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에 허둥지둥… 누가 미쳐줬으면

입력 | 2018-08-28 03:00:00

[이승엽의 野생野사]




26일 실업 야구 선수가 주축인 대만에 당한 1-2 패배. 충격의 하루를 보낸 한국 야구 대표팀은 수모를 씻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해결사로 맹활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42)은 “아직 기회는 있다. 두 번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본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찾은 이승엽과의 직격 인터뷰를 통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께 전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허무한 패배였다.

“초반부터 경기가 너무 안 풀렸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정공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작전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찬스가 아예 오질 않았다. 치고, 받고, 던지는 단순한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란 게 참 어렵다. 안 될 때는 뭘 해도 잘되지 않는다.”

―평소 선취점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했는데….

“1회초 홈런을 맞아 2점을 먼저 내준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쉬운 것은 1회말 공격이다. 선두 타자 이정후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클린업 트리오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점을 내지 못한 게 컸다. 야구는 흐름의 싸움이다. 만약 1회말에 곧바로 한 점이라도 따라붙었다면 이후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것이다.”

―최근 국제대회마다 한국은 낯선 투수만 만나면 타선이 침묵한다.

“타자 입장에서는 생소한 투수를 만나 펑펑 안타를 치는 게 상당히 힘들다. 그건 상대편도 마찬가지다. 실력 차가 월등하지 않는 한 큰 점수 차는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상대는 아마추어가 주축이었다. 져도 본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겨야 했다. 초반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더 조급해졌고, 결과는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렀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됐던 대만에 지면서 여론도 더 악화됐다. 이런 분위기는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분위기 메이커가 나와야 한다. 출루하면 발로 그라운드를 휘젓거나, 공격과 수비에서 파이팅을 보여주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플레이와 분위기는 전염된다. 좋은 의미에서 한 명이 미치면 팀 전체에 활기가 생긴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졌다. 앞뒤 볼 것 없다. 더 악착같이 해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가 전승을 하면 결승에서 대만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대만 야구가 정말 많이 늘었다. 수비 짜임새도 몇 년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더라. 하지만 대만 야구는 여전히 디테일에 약점을 갖고 있다. 4회 어처구니없는 주루 플레이가 나왔고, 8회엔 보내기 번트를 실패했다. 단기전에서는 실수 하나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우리가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상대방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 다시 만나면 우리 후배들이 두 번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

―슈퍼라운드에서 만날 일본과의 경기 전망은….


“일본은 24명 전원을 사회인 야구 선수로 채웠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 선수라 해도 국제대회에서는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실력 차가 있는 만큼 우리는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이게 말은 쉽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실천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도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승리해야 하는 게 국가대표의 숙명이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