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준 오티비크리에이티브 대표(앞)와 직원들이 사무실이 있는 서울 홍익대 근처 공원에서 광고판을 돌리는 마케팅 기법인 ‘사인 스피닝’을 선보이며 역동적인 포즈를 취해 보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준 오티비크리에이티브 대표(34)가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만나기 시작한 건 회사를 세운 2009년이었다. 최 대표는 “부모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애들은 10대부터 공과금 낼 걱정을 하고 지낸다.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와 잠들면 깨워 줄 사람이 없으니 학교에 지각하기 십상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제대로 클 기회를 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은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회사 운영의 바탕이자 성장동력이다.
오티비크리에이티브는 어른 키만 한 광고판을 돌리는 ‘사인 스피닝(Sign Spinning)’이란 마케팅 기법을 한국에 처음 들여왔다. 현재 대형 매장 개관 행사 등에서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이후 사인 스피닝뿐만 아니라 행사 운영 대행, 행사 인력 파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지난달 서울시가 선정한 ‘성평등·일생활균형 서울형 강소기업’ 105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는 걸 넘어 청소년들의 인생 멘토를 자처한다. 그는 수시로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에 강연을 나가거나 교도소를 찾아 복역 중인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현재까지 오티비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일을 경험한 청소년·청년이 800여 명에 달한다. 아르바이트 경험과 멘토링 이후 떳떳한 직업인으로 성장한 이도 적잖다.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또한 서울시로부터 수주한 ‘전통시장활성화사업’ 프로젝트 참여 이후 아예 공무원이 된 사람도 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6년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에 선정됐다.
서울시가 오티비크리에이티브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대표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재무제표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직원들과 회사 재무 상황을 공유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 대표는 “직원들에게 사장처럼 일하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회사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책임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가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남겨 내 몫이 얼마인지 알면 성과를 내고 싶은 동기 부여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통해 젊은이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행사 운영 대행이나 공공기관 협업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요식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서울형 강소기업들은 만 18∼34세 청년을 고용하면 사내 복지와 기업문화 개선에 쓸 ‘근무환경개선금’을 기업당 최대 6000만 원까지 서울시에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오티비크리에이티브엔 기회다.
인터뷰 도중 최 대표는 깜짝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모든 국토대장정 행사는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청년이지만 비(非)대학생이 참가하는 국토대장정을 동아일보와 해보자”는 것이다.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부분 정규 학업 과정에 속한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일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