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사회부
26일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리핑을 요약하면 이렇다. 박 시장의 이런 인식은 지난달 박 시장의 싱가포르 발언 이후 여의도와 용산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도 비슷했다. 당시 박 시장은 “일부 언론과 주민이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 말대로라면 최근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시장의 말을 오해한 것이 된다. 한두 명도 아니고 서울 주택시장 전체가 이상 과열되도록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해서 아파트를 산 것이라면 그건 오해를 불러온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는 게 상식에 맞을 것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큰 그림’만 먼저 던진 뒤 나중에 구체적인 구상을 하나씩 밝히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스타일이 되풀이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원래 부동산 시장은 뜬소문에도 들뜨는 곳이다. 잠재적인 대선 주자이자 광역자치단체장인 박 시장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박 시장의 보류 발표가 있은 뒤에도 부동산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는 들썩였다. 한 카페에는 ‘박원순’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이 26, 27일 이틀 동안 170여 개 올라왔다. 발표가 있기 전 24일과 25일 이틀간 올라온 57개보다 약 3배나 많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박 시장 말대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언급한 것은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킨 다양한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언급이 시장에 불을 지른 것만은 분명하다. ‘오해’를 말하기 전에 자신의 ‘한마디’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돌아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권기범·사회부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