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가 적자 보전해주면 보험료 인상 등 연금개편 동력 상실” 복지부, 국민연금법에 명시 추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가가 (국민연금의)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가입자들 사이에서 ‘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0월에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지급 보장 조항을 담을 예정이다.
문제는 문구 내용이다. 현행법에는 “국가는 연금이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정부 예산으로 국민연금 적자를 보전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공무원연금법에는 “기여금(공무원이 재직 중 낸 돈)으로 급여를 충당할 수 없으면 부족액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이에 따라 매년 국민 세금으로 2조∼3조 원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일각에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연금법에도 ‘국가의 적자 보전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자 보전을 명시하는 게 자칫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연금 재정은 2057년 바닥난 뒤 매년 300조 원씩 적자를 내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주기적으로 연금 보험료나 수령액, 수급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 만약 적자 보전이 명문화되면 “어차피 부족분은 정부가 부담할 텐데, 왜 지금 보험료를 올리느냐”며 저항이 심해져 연금 개편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실한 연금 재정의 부담을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