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 △암 등 난치병 △모야모야병, 파킨슨병 등 특정 질환 △치매, 정신질환 등 증상이 안정된 환자는 온라인 진료 시 환자는 진료비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온라인 진료 수가는 3만 원 정도다. 일본에선 올 초 온라인 진료기관이 1600여 곳에 이른다.
단,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 환자는 제한이 있다. 초진은 반드시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또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7개월째부터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 충분히 안 뒤 온라인 진료를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또 온라인 진료 시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온라인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8년에 이미 시범사업으로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원격진료를 했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진료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안전성과 의료 영리화 논란 등으로 진척된 게 없다.
최근에야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서·벽지 주민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21년 전인 1997년 이미 낙도 및 산간벽지를 대상으로 온라인 진료를 시작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 일본보다 7년 빨리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 급성감염성 질환에서 이제는 만성퇴행성 질환이 대세다. 노인 재택 케어 환자나 요양병원 요양원 등 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도 늘고 있다. 몸이 불편해 매번 병·의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환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의협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의 안전성 여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환자를 하루 100명은 봐야 돈을 버는 병원 수익 구조도 손봐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초진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면 원격진료의 안정성 문제를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 온라인 진료의 활성화가 반드시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본은 개업한 의사들이 평소 왕진이나 전화 상담 등을 통해 동네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주치의 개념 자체가 약한 게 현실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의협의 주장은 모두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환자가 왕진이든, 방문 간호든, 온라인 진료든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주는 일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