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신원 회장. 사진제공|SK네트웍스
양궁하면 현대자동차를 떠올리듯, 펜싱하면 SK그룹이다. SK는 2003년부터 펜싱을 지원하며 협회장을 맡아왔다. 조정남 전 SK텔레콤 부회장(2003년)을 비롯해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2009년), 신헌철 전 SK에너지 대표(2015년) 등이 협회장을 거쳐 갔다. 최신원(66) SK네트웍스 회장이 수장에 오른 건 올 3월이다. “회장 한다고 해서 펜싱 칼 처음 만져봤다”는 그는 “기 싸움을 위해 소리 지르는 것을 알고부터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취임 때는 “펜싱의 위상을 높이는 데 소임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6개월이 흘렀다. 그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대기업 경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펜싱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낼만큼 열정적이다”이라는 게 대한펜싱협회 관계자의 귀띔이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길을 찾았다.
선수들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비록 4년 전보다 금메달 수(8개)는 줄었지만 2위 중국(금3·은6·동2)과 차이가 많이 나는 종합 1위(금6·은3·동6)로 아시아 최강의 저력을 과시했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최다 메달이다.
지원에는 아낌이 없었다.
국제대회에 나간 선수단의 먹을거리가 부실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촌 음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듣고는 선수촌 옆에 음식점을 따로 잡아 맘껏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선수들에게 자주 보양식을 사준다. 또 국가대표선수들의 국제펜싱연맹 월드컵 대회 출전을 위한 지원에도 아낌이 없다. 이 모든 게 펜싱인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라고 믿는다.
지원금과 포상금 규모도 키웠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방점을 찍은 것도 눈에 띈다.
최 회장은 평소 “새로운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망주 발굴과 원활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이에 한국펜싱의 중장기 목표는 크게 2가지인데, 국가대표팀 선발규정 교체와 선수 육성시스템 마련이다. 그동안 ‘비전 2020’을 운영하며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펜싱은 이제는 ‘비전 2028’로 변신 중이다. ‘한국펜싱 중장기 발전프로그램’(가칭)을 만드는 중인데, 9월 중에 그 비전이 공개된다. 최 회장의 철학이 오롯이 담긴 콘텐츠일 것이다.
한국펜싱은 잘되는 집안이다. 또 앞날도 밝다. 최 회장의 역할이 크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