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B조 예선 한국-카자흐스탄의 경기에서 김연경(왼쪽)이 카자흐스탄의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녀 배구경기를 통해 새로 확인된 사실이 많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대한민국 남녀배구가 목표했던 동반 결승 진출에 가까이 다가섰다. 아직 4강전이 남았지만 그동안 준비해온 과정이 좋았고, 남녀 모두 선수들의 의지가 강해 기대가 크다. 배구경기의 시청률이 타 종목을 압도할 만큼 팬들의 관심도 높다. 새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V리그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보면서 확인된 사실이 있다.
먼저 갈수록 좁혀지는 아시아 각국간의 실력차다. 예전에는 쉽게 3-0 경기를 장담했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경기가 많았다. 남자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만에 3-2로 힘겹게 이긴 것도 그랬지만, 파키스탄전과 인도네시아전 모두 편안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카자흐스탄, 베트남을 모두 이겼지만 쉽지는 않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배구선진국의 최신기술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동영상과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새 기술은 누구라도 배울 수 있다.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선수들은 타고난 체형과 높이가 배구에 적합했다. 순발력과 점프력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앞선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조직력과 프로배구를 통해 동기부여가 된 우리 선수들의 경험치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했지만 이 격차는 크지 않았다. 방심하면 언제든지 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의 급성장은 V리그에서 안주하는 토종선수들에게는 경고의 신호다. 지금은 토종선수 보호를 위해 V리그가 팀당 1명의 외국인선수만 허용하지만, 새로운 룰이 적용될 경우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KOVO는 V리그를 아시아권 시장에서 사랑받는 매력적인 스포츠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아시아쿼터를 도입하려고 한다. 그동안은 상업적인 이유가 아시아쿼터의 목적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빼어난 기량을 보여준 아시아 각국 선수들의 능력을 봤을 때 이들이 오면 리그의 수준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확인했다. KOVO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하는 국가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국적이 다른 점은 변수지만 이들의 몸값은 상상이상으로 낮았다.
선수들의 몸값이 부담스러운 V리그 구단들로서는 싸면서도 능력을 갖춘 아시아권 선수들의 도입에 눈을 돌릴 때가 멀지 않았다. 팀에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2~3명씩 영입해서 육성하게 해준다면, 전력균형도 맞추고 V리그를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다.
● 국제대회의 편파판정과 새삼 확인된 V리그의 운영능력
28일 벌어진 남자배구 대한민국-인도네시아의 6강전에서 몇 차례 오심이 눈에 띄었다. 비디오 챌린지를 실시하지 않아 억울했지만 해결방법도 없었다. 심판이 홈팀 인도네시아를 위해 몇 차례 편파판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홈팀에 주는 어드밴티지는 어떤 대회에나 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결승전에서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친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도 심판판정에 문제가 있었다. 단일대회에서 우리가 일본을 2번 연달아 이긴 적이 없을 정도로 국제 배구계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 일본은 다양한 방법을 써서 필요할 때 꼭 이긴다. 우리는 당할 때마다 분노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국제 배구계에서 외교역량을 높이는 데 소홀히 한 결과다. 이번에도 화로만 그치지 말고 냉정하게 방법을 찾아보자. 배구외교에서 우리를 대표할 사람은 많다. 다만 지금껏 우리는 그 사람을 외면했을 뿐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