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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 나섰다

입력 | 2018-08-30 03:00:00

이철우 경북지사, 저출산 극복을 도정 최우선 역점 과제로 선정
9월부터 공무원 재택근무제 시행, 경단녀 예방-육아인프라 확대 계획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7일 도청에서 열린 소통 간담회에서 직원의 의견을 듣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조직 혁신, 저출산 대책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8일 경산소방서에서 세쌍둥이 아버지 이기찬 소방장(41)을 만나 출산을 축하하고 육아용품을 선물했다. 얼마 전 다둥이 아빠가 된 이 소방장은 청도소방서 구조구급과에 근무하고 있다. 경산에 집이 있어 청도까지 출퇴근을 한다. 아내가 첫 출산에 세쌍둥이를 낳아 겹경사를 맞았다. 이 소방장은 “순산한 아내가 자랑스럽고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들도 대견하다. 모두 씩씩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도지사는 이날 이 소방장이 아내의 육아를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경산소방서에 인사 발령했다. 또 주 40시간 범위 내에서 하루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도록 조치했다. 이 도지사는 취임 첫날 현장 행보로 분만의료기관을 찾았다. 직원 결혼식에도 가급적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

경북도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팔을 걷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겠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적극 추진해 전국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도지사는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지방 소멸 위기까지 나온 상황을 직시하고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극복을 도정(道政)의 최우선 역점 과제로 삼았다.

우선 도는 다음 달부터 공무원 재택근무제도를 시행한다.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출산한 공무원들이 주 5일 근무기간 가운데 최대 4일을 집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하루를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스템이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현장 토론회와 여러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공무원 노동조합과 출산 예정 직원들의 목소리도 담아 시범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도청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은 출산을 하면 3개월 휴가를 얻는다. 이후 직장에 복귀하거나 육아 휴직 3년을 선택할 수 있다. 새로 바뀐 제도는 3개월 휴가뿐만 아니라 9개월간 재택근무를 추가할 수 있다. 최소 1년간 마음 놓고 육아에 전담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따라서 본인 선택에 따라 최대 4년간 육아 휴직이 가능하다.

도는 올해 12월까지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직원 4명의 신청을 받는다. 시범 운영 후에 성과와 문제점을 파악해 내년부터 혜택 인원과 근무 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재택근무는 직원들이 국내외 출장지나 자택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자 결재 등을 하는 행정 시스템인 정부원격서비스를 활용한다. 대면 보고가 필요하면 주 1회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하도록 해 업무 효율도 높인다.

도는 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해 인턴사원이나 기간제 직원을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무 평가와 승진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장치도 마련한다.

도는 이달부터 유연근무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은 1, 2시간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한다. 몇몇은 하교한 자녀를 돌보거나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정시에 퇴근하는 ‘업무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앞서 도는 젊은 직원들이 제안한 △다자녀 가정 지원 확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예방 △육아 인프라 확대 △재능 기부를 통한 다문화가정 지원 등도 검토해 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결혼과 출산, 보육, 교육 환경을 두루 갖춘 저출산 대책 시범마을 조성도 추진한다. 이 도지사는 “경북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며 “전국 모범 사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