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박항서의 베트남 3-1 격파… 9월 1일 일본과 결승전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베트남에 3-1로 승리한 뒤 베트남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인사를 하고 있다. 베트남 팬들은 이날 자국 선수들의 경기에 환호하는 동시에 승리한 한국 팀에도 축하의 박수를 전했다. 보고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9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4강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 외곽. 경기 시작 전 모습을 드러낸 한 베트남 관중은 군복에 손흥민 얼굴을 합성한 사진에 이런 영어 문구가 들어간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베트남이 한국을 이겨 결승에 진출하겠다는 뜻이었다. 한국이 져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할 경우 손흥민이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사상 첫 아시아경기 4강에 오른 베트남 팬들은 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 출신 박항서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베트남에 불어닥친 ‘축구 광풍’이 이번 대회까지 이어지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베트남 현지에서 1000명이 넘는 응원단이 하노이, 다낭 등으로부터 특별 편성된 전세기를 타고 경기장을 찾았다. 모두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베트남을 상징하는 노란색 별이 새겨져 있었다. 하노이에서 온 비엣안디엔비엔 씨(35)는 “이 한 경기를 위해 비행기 티켓, 경기장 입장권, 교통비 등을 포함해 800달러(약 89만 원)를 썼다. 경기 후 30일 오전 2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시 붉은 상의를 입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을 외치는 2000여 명의 붉은 악마에게 뒤지지 않는 함성이었다. 한국 응원석에는 베트남 국기에 ‘꿈★은 이루어진다. 함께 가자 우리’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등장해 양국의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도 이날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개인적으로 베트남을 응원하겠다. 베트남이 승리하면 양국 유대관계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베트남인과 한국인들이 같은 식당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며 응원을 하는 풍경도 펼쳐졌다.
그러나 베트남 응원단의 분위기는 전반 7분 한국의 이승우(베로나)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썰렁해졌다. 이승우는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상대 수비 혼전 중 흘러나온 골을 침착하게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조별리그부터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여오던 베트남은 이날 처음 실점한 뒤 급격히 흔들렸다.
긴장한 베트남 선수들은 한국의 압박과 빠른 플레이에 다소 위축되며 전반 28분 황의조, 후반 10분 이승우의 추가골을 허용했다.
베트남이 후반 25분 쩐민브엉의 강력한 프리킥으로 1골을 따라붙자 베트남 응원단의 열기가 한껏 고조되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경기는 3-1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베트남 관중은 한국의 승리에 축하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똑같은 빨간 티를 입고 ‘동상이몽’ 응원전을 펼쳤지만 이들을 축구로 웃게 해준 ‘박항서의 나라’ 한국은 ‘친구’였다.
보고르=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