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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인공강우는 먼지 해결 도깨비방망이?

입력 | 2018-08-30 03:00:00


195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도시 밖 사막의 깨끗한 공기를 담았다는 풍선을 50센트에 팔고 있다. LA도서관 제공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이 약 한 번 먹어봐. 살이 쭉쭉 빠져.” 예전 시골 장터에서 만났던 약장수처럼 요즘 다이어트약이 사람들의 귀를 홀리고 있다. 비만은 활동량에 비해 섭취하는 음식 양이 많아 생기는데, 약물만 믿는다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에 솔깃해하는 이유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대기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다. 산업계는 물론이고 시민 개개인의 생활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이미 발생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은 서구에서도 미세먼지를 순식간에 뚝딱 없애는 ‘도깨비방망이’를 찾았었다. 195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샌게이브리얼산에 큰 구멍을 뚫어 오염된 공기를 사막으로 날려버리는 계획부터 산 중턱에 커다란 환풍기를 설치하는 계획, 헬리콥터 1000대를 동시에 띄워 오염물질이 가득한 대기 경계층 공기를 비교적 깨끗한 상층부 공기와 섞는 계획까지 각종 허무맹랑한 방법이 난무했다. 당시 LA타임스는 정치권을 향해 “모두 스모그에 대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냉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제안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최근 서울시는 실험실 환경에서 질소산화물(NOx) 제거 효과가 확인된 광촉매를 강남대로에 도포한 뒤,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올해 말까지 검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50여 년 전부터 대기오염 해결에 나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이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이자 원인 물질로 꼽힌다.

광촉매로 쓰이는 이산화티타늄(TiO2)은 기체 상태의 질소산화물을 질산 이온(NO3-)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질산 이온은 금속 양이온과 만나면 고체 상태의 질산염이 된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 흩어지지 않도록 도로에서 바로 질산염으로 바꿔 빗물이나 땅에 흡수시킨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연구 단계에서는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왜 선진국에서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광촉매를 쓰지 않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실제 도로 환경에서 광촉매의 질소산화물 제거 효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2013년 조엘 시키마 박사(당시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박사과정 연구원)는 광촉매를 도로에 도포한 뒤 실험한 결과 질소산화물의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도로 환경이나 기상 조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환경에 대한 영향이다. 만약 광촉매 도로가 실험 수준을 넘어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면, 질산염 유입이 수질 및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오염물질 배출과 마찬가지로 광촉매 도포 역시 대기권과 수권, 땅을 비롯한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환경 시스템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체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UV) 차단크림 등에도 들어가는 성분이지만,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를 씻어 내리겠다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전미연구평의회는 이미 2003년 “50여 년간 지속된 인공강우 연구에도 불구하고 인공강우가 대기오염 해결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중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등 국가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과학적으로 검증받지는 못했다. 미세먼지가 걷히더라도 아주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의 광화학 스모그도, 영국의 런던 스모그도 기상천외한 방법 한 방으로 순식간에 해결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안에 솔깃할 때가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