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경 산업1부 기자
체류하는 내내 비가 무섭게 쏟아졌다. 워터파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숙소였는데 태풍 시마론 탓에 안전문제로 폐장한 것이다. 괌을 떠나는 마지막 날 아침 눈을 뜨니 비바람이 더 거셌다. 이날 오전까지 워터파크 문을 안 열면 미끄럼틀 한 번 못 타고 체크아웃을 해야 할 판이었다. 다행히 바람이 잠잠해져 반짝 개장을 했다.
입장권을 받으러 서둘러 로비로 갔더니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리조트에 있던 어린이들이 죄다 나온 듯했다. 흩날리는 비바람에 눈을 비벼가며 놀이기구를 타면서도 아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괌 리조트에서 만난 한 아빠는 “제주도 비행기, 부산 KTX 탈 비용에 조금만 더 보태면 해외의 깨끗한 물에서 아이들을 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결국 비용과 물놀이 환경의 문제였다. 괌 현지 매체는 한국인은 괌에 6.84일을 머물면서 1인당 230달러(약 25만5300원)를 쓴다고 했다. 일본인은 3.27일간 머물며 532달러(약 59만520원)를 지출한다. 그만큼 한국인은 가성비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 아이들과 한껏 놀다 오고 싶은 아빠들에게 국내 휴양지는 ‘바가지 투성이’다. 손님 좀 몰리는 곳이라면 상인들이 평소 가격의 두세 배가 넘는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건 기본이다. 계곡에서는 상인들이 불법으로 요구하는 평상 대여비를 내지 않으면 계곡물에 발조차 담글 수 없다.
더군다나 워터파크는 성수기에 몰린 여행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해수욕장은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이런 환경에 아이들을 맘 편히 데리고 다닐 수 있을까. 한국에서의 가족 물놀이는 기대감보다는 스트레스를 주는 듯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눈을 감고 아이를 낳은 후의 가족 여행을 상상해봤다. 그 상상 속에 한국의 모습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안타깝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