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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446mm, 철원 431mm ‘럭비공 폭우’

입력 | 2018-08-30 03:00:00

수도권-강원 옮겨다니며 ‘물폭탄’



물에 잠긴 중랑천 산책로 29일 밤 서울 노원구 월계1교 인근 중랑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 물 위로 나무와 운동기구 등이 보인다. 비구름대는 서울과 경기 및 강원 북부 지역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물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30일까지 이 지역들에는 최대 2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6일부터 나흘 동안 한반도 곳곳에 ‘물폭탄’을 쏟아부은 비구름대가 29일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역을 강타했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28일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기 연천군 중면 446.5mm, 포천시 관인면 432.0mm 등 400mm를 훌쩍 넘었다. 강원 역시 철원군 동송읍 431.5mm, 인제군 서화면 357.0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이날 오전 한때 시간당 113.5mm의 폭우가 쏟아진 철원에서는 오전 10시 37분경 계곡 인근 산악도로의 물이 불어 차량에 갇혀 있던 박모 씨(57) 등 2명이 119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서울에서는 29일 노원구 중랑천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오후 6시경부터 동부간선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반포대로, 김포대로, 성산로, 성중길 일부 구간도 통제됐다. 전날 밤에는 폭우로 월릉교 밑 동부간선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 4대가 침수됐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김모 씨(49)가 숨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8일 전국 120건이었던 주택과 상가 침수 피해는 29일 오후 6시 현재 서울 139건, 경기 344건, 인천 101건 등 전국 83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재민 137명이 발생했고, 635.7ha의 농지가 침수됐다.

이번 비는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4일 넘게 폭우를 뿌리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는 8월 말 차가운 고기압이 남쪽으로 내려와 정체전선을 형성해 비를 내리는 ‘가을장마’와 비슷하다. 비구름대가 경로를 갑작스레 바꾼 점도 수도권의 피해를 키웠다. 기상청은 비구름대가 28일 오후 서울을 지난 뒤 경기 북부나 더 북쪽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 30분 북상하던 비구름대가 갑자기 경로를 바꿔 다시 서울 쪽으로 내려왔다. 기상청은 서둘러 서울에 호우경보를 내렸고, 시간당 최대 70mm가 넘는 폭우가 서울을 덮쳤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정체전선은 방향을 바꾸기 전에 속도가 느려지거나 정체하기 마련인데, 이번 비는 마치 공이 벽에 부딪쳐 튀어나오듯 경로를 순식간에 바꾸며 강한 비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에 머물던 비구름대는 29일 오후 늦게 다시 서울로 남하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 40분 서울에 다시 호우경보를 내렸고 서울에는 전날 밤과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30일까지 서울, 경기 북부, 강원 영서 북부에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김철중 tnf@donga.com / 춘천=이인모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