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어제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긴급조치 피해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낸 헌법소원 54건을 기각하고 국가배상재판 취소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면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지만 나머지는 대상이 안 된다’는 2016년 4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확인한 것이다.
헌재는 2013년 3월 긴급조치 발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결정에선 긴급조치는 위헌이지만 대법원이 위헌 법령을 적용한 것이 아니므로 국가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에 대한 소원의 허용을 촉구해 온 헌재가 예외적인 허용 기준만 재확인하고 자제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두 기관 간 충돌의 불씨는 남아 있다. 기각된 54건 외에 헌재가 위헌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소원 사건이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놓고 두 기관은 충돌을 거듭했다. 한정위헌이란 ‘∼하는 한 위헌’이라는 식의 변형 결정이다. 대법원은 어떤 법률 규정에 대해 한정위헌이 내려져도 구속받지 않고 그 법률을 적용해 재판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심 청구로 이어져 결국 4심제나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결정을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으면 집행할 강제력이 없다.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두 기관 간 대립을 막을 입법적 보완이 절실하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헌재 파견판사를 통해 재판관 평의 내용 등 정보를 빼돌리려 했던 것도 두 기관이 빚은 권한다툼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재판소원 문제는 두 기관만이 아니라 국민권익 보장과도 밀접한 사안이다. 헌법 개정 과정에서 두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기관 간 밥그릇 다툼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