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5-1로 승리했다. 일본을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긴 한국은 31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중국과의 2차전을 이기면 결승전에 나갈 수 있다.
김하성과 박병호(이상 넥센), 황재균(KT)이 각각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최원태(넥센)-이용찬(두산)-최충연(삼성)-함덕주(두산) 등 젊은 투수들은 예선 3경기에서 56득점을 올린 일본 타선을 1점으로 꽁꽁 묶었다. 현역 시절 ‘일본전의 사나이’로 불렸던 이승엽은 “일본전 승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결승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런도 잘 쳤지만 2회말 1루수 박병호의 수비를 더 칭찬하고 싶다. 2사 2루에서 마쓰모토 모모타로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만약 이게 우익수 쪽으로 빠져나가 선취점을 허용했다면 정말 어려운 경기를 했을 것이다. 예선에서 대만에 1-2로 패한 우리는 이미 쫓기는 처지였다. 박병호의 결정적인 수비 하나로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오늘의 승부처는 어디였다고 보나.
“한국이 4-1로 앞선 5회초 1사 2, 3루 손아섭(롯데) 타석 때 양쪽 벤치가 모두 작전을 걸었다. 한국은 땅볼 시 3루 주자가 홈으로 뛰어드는 작전을, 일본은 잡자마자 홈 송구를 계획했다. 손아섭이 공교롭게 유격수 앞 땅볼을 쳤는데 일본 수비진이 제풀에 흔들리며 우리가 소중한 추가점을 올릴 수 있었다. 곧 이은 5회말 수비 때 투수 이용찬이 1루 주자 아오야기 쇼를 견제로 잡아낸 것도 컸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장단 14안타를 쳤지만 5점밖에 내지 못한 건 아쉬워 보인다.
―일본은 전원이 사회인야구 소속이지만 꽤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
“확실히 프로 선수들에 비해서는 실력이 모자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일본 선수 특유의 기본기가 살아 있었다. 주자로 나가면 끊임없이 공을 주시했고, 수비에서도 프로 못지않은 견고함을 보였다. 준프로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회인야구의 특출한 선수들은 실제로 프로팀으로도 많이 간다.”
―한국은 31일 중국을 넘으면 결승전(9월 1일)에 진출한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결승 상대가 대만이 될 수도 있고 일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우승을 확신한다.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초반이 정말 중요하다. 1번 타자 이정후(넥센)가 출루한 뒤 중심타선이 터지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 타자들의 페이스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이나 일본의 어느 투수가 나와도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 들어 우리 선수들이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팬 여러분께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