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日 가고시마

여기가 일본 본토의 남쪽 끄트머리(북위 31도)인 사타미사키다. 오스미 반도의 이 끝에서 바다는 둘로 나뉘는데 왼편(동쪽)은 태평양, 오른편은 동중국해. 이곳은 2003년까지 사유지여서 발을 들일 수 없었는데 공개된 이후에도 사진의 이 풍경만큼은 최근에야 볼수 있게 됐다. 올해 전망대를 조성하면서 가렸던 나무를 모두 잘라낸 덕분이다. 정면의 등대는 1871년 스코틀랜드인이 세운 것으로 여기서 본토 최북단인 소야미사키(홋카이도)까지는 2700km다. 사타미사키에서 summer@donga.com
그를 주인공으로 한 대하드라마는 이게 처음은 아니다. 1979년 ‘바람처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럼에도 올해 또 그를 등장시킨 이유. 메이지유신 150년을 맞아서다. NHK 대하드라마는 그 자체로도 인기지만 그해 무대가 된 지역관광에 공헌하는 바도 크다. 자연스레 관심이 고조돼 찾는 이가 연중 이어져서다. 가고시마현이라고 다를까. 가는 곳마다 드라마 포스터가 붙어 있고 료칸마다 예약을 잡기 힘이 들 정도다.
가고시마현은 일본 본토(큰 섬 네 개) 최남단 규슈에서도 남쪽 끝. 태평양과 동중국해에 둘러싸인 남북 500km 가고시마는 동서 두 반도(서쪽은 사쓰마, 동쪽은 오스미)로 지형이 ‘W’자를 이룬다. 이 중 서편의 사쓰마가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이자 영지. 그렇다 보니 동편 오스미 반도와 중북부 기리시마(霧島)는 드라마의 반사이익에서 소외된 듯한데 그래서 등장한 게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다. 서른한 살에 암살된 그 역시 메이지 시대를 풍미했던 풍운아다.
가고시마는 산 바다를 두루 갖춘 아열대 기후의 ‘따뜻한 남쪽 나라’여서 온천욕과 하이킹(기리시마 연산 및 에비노 고원)을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더 특별한 게 있다. 두 개의 최남단과 해안 절경이다. ‘본토 최남단’ 사타미사키(佐多岬)와 ‘일본 최남단 철도 종착역’ 마쿠라자키(枕崎), 사타미사키로 이어지는 긴코(錦江)만 해안과 사쓰마 반도 서편(동중국해)의 하와이 못잖은 비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럴 절경은 버스를 타고 한가로이 봐야 제격이다.
가고시마는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고구마로 만든 이모쇼추(燒酎)와 흑미 식초, 가다랑어를 말려 숙성시킨 가쓰오부시(鰹節)의 본산이다. 오늘은 규슈 버스 여행 필수품인 산큐(SunQ)패스로 본토 최남단과 가고시마의 산 바다를 두루 찾는 ‘느린 여행’ 연재(2회)를 시작한다.》
후쿠오카에서 산큐패스로 시작한 규슈 여행. 유후인 오이타시(오이타현)를 지나 기타우라(北浦)로 미야자키현에 들어섰다. 여기서 ‘태양의 해변’ 니치난(日南) 해안을 따라 남행하면 일본 본토 최남단 사타미사키(사타곶)에 닿는다. 하지만 그 길은 멀다. 그래서 내륙을 관통해 사쓰마, 오스미 두 반도 사이의 긴코만 해안을 따르기로 했다. 미야코노조(都城)시는 그 도중의 가고시마현 경계(미야자키현)의 논만 즐비한 한적한 농촌이다. 나는 거기에 있는 료테이(料亭·요정) 도키와소(常盤莊)에서 하루를 묵었다.
료테이는 진품요리를 내는 고품격 식도락장이다. 객실을 두기도 하지만 식객을 위한 편의시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료칸과의 차별점. 이곳 음식은 ‘늘 먹는 밥상’(상반·常盤·도키와)이란 이름과 정반대다. 일본 최고 미야자키규(쇠고기)를 히노히카리(지역 명품 쌀)로 막 지은 밥과 더불어 냈다. 그 밥도 식사 동안 옆에서 1인용 솥에 짓는다. 밥맛은 뚜껑을 열자마자 뜬 것이 최고. 도키와소는 그걸 구현하고 손님은 거기에 감동한다.
①기리시마연산 해발 420m 산중 호텔 아마테라스의 객실 로텐부로. ②료테이 도키와소의 아침 반상 차림. ③기리시마연산의 산중 분화구에 있는 천연 로텐부로 노노유의 온천탕. summer@donga.com
본토 최남단 전망은 기막히다. 여길 두 번째 찾은 나도 그건 처음인데 전망대를 설치하며 전망을 가렸던 나무를 쳐내서다. 긴 꼬리 모습으로 바다에 돌출한 산줄기가 수면으로 잦아드는 모습,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희망봉을 연상시킨다. 다르다면 사람이 없어 고적하고 운치가 느껴진다는 것. 바다는 여기서 둘로 나뉜다. 태평양(왼편)과 동중국해로. 유네스코 자연유산 야쿠섬은 그 정면에 있다. 그 끄트머리의 하얀 등대, 메이지 유신 직후(1871년) 스코틀랜드 엔지니어가 세운 초창기 것이다.
나는 산 중턱의 아마테라스(天テラス)호텔에 묵었다. 어린이를 받지 않을 만큼 조용한 휴식을 보장하는 온천호텔이다. ‘테라스’란 이름 그대로 객실 베란다와 테라스에 도자기 욕조를 두어 숲과 바다(긴코만)를 보며 로텐부로를 즐긴다. 노노유 온천은 여기보다 더 높은 산중의 칼데라(분화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천연 그대로의 료칸이다. 욕장도 수증기와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바위 위에 나무로 지어졌다. 사우나탕도 그 증기와 지열로 유지된다. 여기엔 캠핑장부터 통나무집 목조펜션 전통가옥까지 숙박시설이 다양하다. 주문하면 쇠고기, 돼지고기 바비큐도 장만해 주는데 다녀본 온천료칸 중에 이보다 천연에 가까운 곳은 없었다.
●여행정보
온천 숙소 ◇미야자키현 ▽도키와소: 야마다정 ◇가고시마현 ▽아마테라스 호텔: 고지 숲속. TV, 와이파이 없고 어린이 투숙 거부. 홈바, 미니바, 대절부부욕장&풀 24시간 무료 제공. 기리시마시 마키조노정. 마루오 정류장 하차, 택시로 3분. ▽노노유: 마키조노정
관광지 ◇사타미사키: 찾는 도중에 일본 최남단 편의점(국도 269호선 네지메항·패밀리마트)과 우체국(오도마리우편국·현도 68호선 사타미사키 입구 아치)을 지난다. 전망공원에서 해수욕도 즐기고 반잠수 유람선(사타데이호)도 탄다. 해변에 사타미사키 호텔이 있다.
산큐패스 규슈의 버스 회사(49개·7개 현)가 규슈 최대 기업 니시테쓰(서일본철도)를 중심으로 개발한 날수(3, 4일) 및 지역(남, 북, 전 규슈) 한정 버스 패스. 한국에선 6년 전부터 수요가 급증해 이제는 규슈 여행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인기는 네이버 블로그 ‘큐슈타비’와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가이드북(무료) 덕분. 블로거 지원석 계장(니시테쓰 자동차사업본부)이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꼼꼼히 수집해 수록한 생생한 정보, 여행자 스스로 다녀와 올려둔 긴요한 짤막 정보가 상세히 기록돼서다.
산큐패스는 남부, 북부 3일권이 각각 6000엔과 7000엔, 전 규슈 3, 4일권이 1만, 1만4000엔. 가격은 일본 내 국민 대상 판매가보다 싼데 한국에서도 판매처마다 할인해줘 실제 구입가는 더 저렴하다. 가장 싼 곳은 최근 문을 연 니시테쓰그룹 홍보관 ‘디스커버리 큐슈’(서울 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607·)다. 여기선 방문 및 택배(착불) 구매(가이드북 제공)가 가능하다.
미야자키·가고시마에서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