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훈련상대는 오토바이와 남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자신의 4번째 금메달을 따낸 나아름(28·상주시청)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던 그에게는 대기록 달성을 기뻐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나아름은 31일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벨로드롬에서 열린 트랙 사이클 여자 매디슨 결승에서 김유리(31·삼양사)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매디슨은 두 선수가 25km(250m 트랙 100바퀴)를 교대로 달려 더 많은 점수를 올리는 팀이 이기는 포인트 레이스다. 10바퀴마다 1위는 5점, 2위는 3점, 3위는 2점, 4위는 1점을 준다. 이날 나아름-김유리 조는 76점을 얻어 홍콩(61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나아름은 대회 초반 열린 도로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104.4km)와 도로독주(18.7km)를 모두 휩쓸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종목을 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나아름이 처음이었다.
나아름과 함께 금메달을 딴 김유리.
도로와 트랙을 오가며 4종목에 출전하느라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나아름은 “몸에 열이 나는데 에어컨을 켜고 자면 감기에 걸릴까봐 밤새 자며 깨며 버텼다.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까워서라도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아름은 장선재 코치의 지도 아래 지옥 훈련을 했다. 장 코치가 탄 오토바이를 따라잡으며 스피드를 키웠다. 진천선수촌 내 벨로드롬 안에서 최고 시속 70km로 달리는 오토바이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매디슨 경기를 대비해서는 남자 선수들과 레이스 훈련을 했다. 단체추발과 매디슨 2관왕에 오른 김유리는 “훈련이 워낙 힘들어 경기 뛰는 게 오히려 훨씬 편했다”고 했다.
한국 사이클은 금메달 6개, 은 3개, 동 4개 등 역대 최고 성적으로 모든 대회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