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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키 측면공격 막고… 손흥민, 침투패스 살려라

입력 | 2018-09-01 03:00:00

[위클리 리포트]아시아경기 韓-日 1일 축구 결승
亞경기 첫 韓-日 축구결승 관전포인트




《한국 축구가 처음으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다툰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1일 오후 8시 30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만난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손흥민(26·사진), 황의조(26), 조현우(27) 등을 앞세운 한국이 선수 전원을 21세 이하로 구성한 일본의 패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아무도 일본이 그 시간에 훈련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결승전을 하루 앞둔 인도네시아 보고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로부터 약 60km 떨어진 이곳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1일 오후 8시 반 사상 최초의 아시아경기 축구 한일 결승전이 열린다. 역대 성인 대표팀 간 한일전은 78번(한국 41승 23무 14패), 23세 이하 대표팀 간 한일전은 15번(6승 4무 5패) 열렸지만 월드컵은 물론이고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대회를 통틀어 결승에서 두 팀이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팀은 31일 훈련 장소로 지정된 보고르 시내 외곽의 페르시카보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훈련을 했다. 한국은 현지 시간 오후 4시부터 5시 반까지 패싱 훈련 등을 진행했다. 잇단 연장 혈투를 치르느라 선수들이 거의 탈진 상태까지 이른 한국 팀은 베트남과의 4강전을 치른 지 사흘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서야 한다. 김학범 한국 아시아경기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하루 전인 30일에는 필드 훈련을 생략하고 수영장과 웨이트 트레이닝 장소에서 간단히 몸 풀기를 한 뒤 하루 동안 휴식을 취했다.

일본은 당초 한국이 훈련을 마친 뒤인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전날 밤늦게 갑자기 일정을 바꿔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반까지 훈련을 진행했다. 조명 문제 때문이라고 했지만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은 일본이 훈련을 끝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일본의 훈련 일정이 변한 것을 알게 됐다. 사실상 비공개 훈련을 한 것이다. 한국도 이날 훈련을 15분간만 공개하긴 했지만 일본은 아예 훈련 시간을 급하게 바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전력 노출을 원천 봉쇄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경기 하루 전 실제 경기 시간대에 맞춰 몸을 풀며 신체리듬을 조절하는 것과도 다른 모습이었다.

○ 현실과 미래 사이

김학범 한국 감독은 “모든 것을 기울여 좋은 결승전이 될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면서도 “선수들이 너무 업(up)돼서 덤빌까 봐 걱정이다”라고 했다. 한국 선수들에게 이번 경기가 갖는 무게감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민재 등 한국 선수들은 “농담이지만 지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결승에 올라와 기쁘다. 한국은 매우 강한 상대다. 그러나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했다. 하루 전 모리야스 감독은 “양국은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아시아 축구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대회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등 와일드카드를 합류시켰다. 아시아 최고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26)뿐만 아니라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거듭난 조현우(27), 또 대표팀 발탁 초기 ‘인맥 논란’에 휩싸였다가 대회 9골로 국내 대형 스트라이커 탄생을 알린 황의조(26) 모두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거기에 이승우(20)와 황희찬(22)까지 이번 대표팀 주축 선수 모두 군 미필자다. 이들 모두 최근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의 9월 A매치(성인대표팀 경기) 소집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린 만큼 이번 한일전에는 한국 축구의 실질적인 에이스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팀 대부분의 선수에게 금메달은 꼭 필요한 현실적인 목표다.

반면 일본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단 한 명의 와일드카드도 합류시키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지만 일본 대표팀은 전원 21세 이하 J리거 및 대학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와사키 유토(20)와 스기오카 다이키(20), 엔도 게이타(21) 등 공수에 걸쳐 20세 전후의 젊은 유망주를 핵심 선수로 배치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목표로 어린 선수들로 하여금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하면서 장기적인 조직력을 키워가는 데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정점의 한국, 개선되고 있는 일본, 체력이 변수

한국이 전체 참가 팀 중 이번 대회 최강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이번 대회 6경기를 치르면서 17골, 5실점했다. 9골, 2실점을 기록한 일본의 2배 가까운 득점력이다. 9골을 몰아 넣은 황의조의 폭발적인 활약과 3골을 기록한 이승우의 상승세가 무섭다.

한국의 약점으로는 강한 공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비와 미드필드에 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K리그 등에서도 출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데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력이 가다듬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약점은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이나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드러났다. 주축 선수들을 빼거나 일부 선수를 교체했을 때의 전력차 및 경기의 기복이 예상보다 심했다. 한국은 이런 점을 강한 공격력으로 상쇄해 왔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 0-1로 패하며 예상보다 약체로 평가되기도 했으나 결국 결승까지 진출했다. 일본 특유의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축구를 구사한다. 2 대 1 패스를 중심으로 수비 뒤쪽 공간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일본은 스리백을 기반으로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선 베트남전 패배를 비롯해 완성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조직력이 되살아났다”며 “왼쪽 윙백을 보는 엔도가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의 오버래핑 능력이 돋보인다. 특히 돌파력과 슈팅력이 뛰어난 이와사키의 파괴력이 한국이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고비마다 강적들을 상대하며 연장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데 비해 일본은 연장전 없이 결승까지 올라 상대적으로 체력에서 여유가 있다. 일본으로서는 전반을 버틴 뒤 후반을 노리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 손흥민과 이와사키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다. 영국의 BBC와 미국의 CNN이 모두 손흥민의 병역 문제를 주요 기사로 다루는 등 그의 병역 문제 해결 여부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손흥민의 몸값은 최근 몇 년 새 폭등했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최근 손흥민의 이적 시장 몸값을 9980만 유로(약 1284억 원)로 평가했다. 지난해보다 400억 원 이상 뛰었다. 몸값이 1000억 원이 넘는다는 손흥민이지만 이번 우승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다면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패한다면 여러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손흥민은 이날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알고 있다. 일본도 결승에 올라올 자격이 있는 팀이지만 우리는 승리에 굶주려 있다. 눈빛을 보면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동료 벤 데이비스가 경기 때마다 “굿 럭(Good Luck)” “베스트 럭(Best Luck)” 등 응원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2023년까지 손흥민과 재계약을 했다. 손흥민이 군 입대를 위해 조기 귀국한다면 토트넘의 전력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손흥민은 이번대회에서 침투 패스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번 대회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인 4골을 넣은 이와사키가 주목받는다. 2014 일본 전국고교선수권 최우수선수(MVP) 출신으로 J리그 교토 상가에서 뛰고 있다. 스피드를 자랑하는 그는 키 172cm로 한국의 이승우(173cm)와 비슷한 체격이다. 이와사키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구사하는 일본의 왼쪽 측면으로부터 중앙으로 침투하며 공격을 펼친다. 중장거리슛 모두 위협적인 면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와사키 및 엔도, 하쓰세 료 등의 측면 공격을 저지해야 한다.

보고르=김배중 wanted@donga.com / 김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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