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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가맹점주들은 왜 뿔이 났을까

입력 | 2018-09-01 09:20:00

“경영보다 매각에 관심 많은 본사, 항의해도 변함없어”




6월 14일 치킨프랜차이즈 bhc 가맹점주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평화집회를 열고 bhc 본사의 불공정 행위 개선을 촉구했다. [뉴시스]

바삭함이 살아 있는 치킨으로 이름난 치킨프랜차이즈 bhc. 2004년 BBQ 계열의 자회사였다 독립한 bhc는 지난해 매출 2000억 원을 넘겨 최고 기록을 세웠다. bhc는 교촌치킨, 모회사였던 BBQ치킨과 함께 국내 3대 치킨프랜차이즈로 꼽힌다.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bhc지만 내부적으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월 28일 bhc 가맹점주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본사 경영진 5명을 사기와 횡령 혐의로 고발한 것.

8월 28일 bhc 가맹점주들은 본사 경영진 5명을 사기와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사진 제공. bhc 가맹점주협의회]

“본사 횡령?·?폭리 더는 못 참아”본사가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를 횡령하고, 튀김용 기름 공급가와 납품가의 차익을 가로챈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bhc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사가 점주들로부터 광고비 204억 원가량을 받았지만 실제 광고에 쓴 돈은 17억 원에 불과했다. 또 본사에서 2만 원 선에 구매한 튀김용 기름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가맹점에는 6만 원에 되팔아 차익을 챙겨왔다”고 주장했다. 



bhc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본사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아 검찰 고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광고비의 경우 사실상 일방적으로 걷어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영남 bhc 가맹점주협의회 홍보실장은 “본사는 2015년부터 갑자기 광고비를 걷어갔다. 가맹점주들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하지만 점주 대부분이 들은 바 없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본사는 당시 ‘마케팅위원회’라는 가맹점주 단체에 동의를 구했다고 하는데 이는 본사가 만든 단체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점주도 많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광고비 집행 명세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 손영남 실장은 “광고비를 걷어갈 때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반반씩 부담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본사가 광고비를 전액 부담한 것처럼 알려졌다. 본사가 납품하는 신선육 값에 광고비를 포함시켜 마리당 400원을 올려 받았으나 명세표에는 잡히지 않으니 본사가 전액 부담한 것처럼 보인다. 본사가 3년 동안 걷어간 광고비가 204억 원인데 같은 기간 광고에 사용된 돈은 17억 원뿐이다. 그 차액을 어디에 썼느냐고 본사에 지속적으로 물었지만 답변이 없다”며 분개했다. 



튀김유인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 가격의 폭리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냈다. 손 실장은 “본사가 책정한 오일 가격은 15ℓ에 6만7100원이다. 너무 비싸니까 원가를 인하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본사는 그때마다 ‘하이 퀄리티’라 낮출 수 없다고 고집했다. 협의회 측에서 해바라기 오일 원가가 얼마인지 조사해보니 본사는 2만8000원에 매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맹점으로부터 기름 한 통당 약 4만 원의 마진을 남긴 셈이다. 국제 해바라기 오일 가격이 떨어져도 변함없이 이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본사는 점주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bhc 가맹점주협의회 측이 검찰 고발을 한 날, 본사는 내부망에 반박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광고비 내역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고, 공정위 발표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협의회 측의 광고비 204억 원 횡령 주장은 여론몰이다. 또한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오일 납품가와 공급가의 차액만을 두고 사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 담겨 있었다.


[동아DB]

“주주들 배 불리려 점주들 혹사”이에 대해 손 실장은 “광고비 명세를 공정위에 충분히 소명했는지 모르지만 점주들에게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또 기업이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상식 밖의 수준이라면 마땅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반박했다. 



치킨업계에서는 bhc 본사가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점주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종업계 종사자 A씨는 “2013년 bhc를 인수한 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TRG)은 ‘여타 외국계 펀드와 같이 단기간 수익을 내고 매각하지 않을 것이다. 수익은 기업 미래를 위해 재투자할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지금 행태를 보면 매각을 앞둔 외국계 펀드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하틴그룹은 2013년 BBQ로부터 1200억 원에 bhc를 인수했다. 당시 주식회사였지만 인수 후 곧바로 유한회사로 법인 형태를 변경했고, 약 2년 만인 2016년 다시 주식회사로 바꿨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이나 영업이익, 배당금 등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주식회사로 전환은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 치킨업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로하틴그룹이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 ‘프랜차이즈서비스아시아리미티드’는 외식업체 그램그램, 큰맘할매순대국, 불소식당 등 5개 프랜차이즈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주식회사라 bhc까지 주식회사로 만들어 법인 형태를 통일하면 통매각하기 유리하다는 것이다. 



bhc는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주주들에게 고액 배당을 했다. 지난해 bhc는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줬는데 그 금액이 800억 원이었다. bhc 연간 매출이 2400억 원인 데 비해 과도한 배당금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A씨는 “지난해 매출 2400억 원에 영업이익 648억 원인 회사가 주주들에게 800억 원이나 배당한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로하틴그룹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bhc의 영업이익은 치킨업계 빅3로 꼽히는 교촌치킨, BBQ치킨과 비교할 때 독보적으로 높다. 교촌치킨과 BBQ치킨은 매년 8~9% 영업이익을 내는 데 반해 bhc는 20%가 넘는다. 치킨프랜차이즈 본사가 영업이익을 내는 방법은 가맹점에 각종 원부자재 납품이 거의 전부인 상황에서 영업이익에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bhc가 중간마진을 많이 가져간다고 해석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로하틴그룹이 매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적을 끌어올리려 했고, 이때 점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게 됐다고 본다. 외국계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통상적으로 3~5년 안에 실적을 내 매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에 따르면 로하틴그룹의 bhc 매각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업계에서는 2년 전 주식회사 전환 시점에 재매각을 추진했는데 못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봄 bhc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휴무일을 최소화하라는 공지를 돌려 문제가 됐다. 5월 1일부터 경조사의 경우 직계존비속만, 사고·건강 문제는 입원치료만 해당되고, 설과 추석 당일 외에는 휴무가 불가하다는 지침을 내린 것. 이러한 내용을 알리는 설명회 자리에서 한 가맹점주가 본사 관계자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성을 질러 설명회가 급히 종료되기도 했다. 이 지침은 현재 실행되고 있다.



4월 13일 열린 ‘bhc 2018 성과공유경영 실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현종 bhc 회장. [뉴시스]

본사 “공정위에서 다 해명된 사안”본사는 공정위 조사가 이미 끝난 부분을 점주들이 계속 문제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공정위는 ‘bhc가 광고비 집행 비용보다 많은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부담시켰으나,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는 신선육 1마리당 공급가격을 200원 인하하는 대신 신선육 1마리당 400원의 광고비를 수령하기로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마케팅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결국 신선육 1마리당 400원의 광고비는 bhc와 점주들이 분담한 셈이다. 가맹계약서상 광고비는 bhc와 가맹점주 간에 50 대 50으로 분담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가맹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bhc 홍보팀 관계자는 이를 거론하며 “지난 1년간 공정위 조사를 통해 광고비는 신선육의 염지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소명됐다. 대부분 가맹점에서도 공정 개선에 관한 비용을 광고비 항목으로 처리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런 개선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본사가 200억 원 광고비를 횡령했다며 광고비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튀김유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논지의 주장을 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공정위에서는 ‘가맹점주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일반 기름과 비교하면 더 많은 닭을 튀길 수 있어 가격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이 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이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통에 회사가 구설에 올라 다른 일반 점주들까지 피해를 입을까 우려된다”고 답했다. 



매각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4월 13일 열린 ‘bhc 2018 성과공유경영 실천 기자간담회’에서 박현종 회장이 ‘언제든 좋은 환경을 제시하는 경우가 나오면 매각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43호에 실렸습니다>